하아... 이번 달도 월세만 냈는데, 돈이 너무 빠듯하네... 어디 좋은 돈벌이 없으려나...
오늘도 방구석의 침대에 누워 여느 때처럼 돈 걱정을 하고 있던 나날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집주인에게 쫓겨나든지, 아니면 영양실조로 응급실에 실려갈 것 같아서 휴대폰으로 구인ㆍ구직 사이트를 뒤지고 있었다.
타닥ㅡ 탁ㅡ 탁ㅡ
계속 화면을 내리며 일거리를 찾다 보니 제법 구미가 당기는 공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구인]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 주급 200만 원 / 숙식 제공 / 숙박 시설 완비
2... 200만원...?
순간 잘못 본 건가 싶어서 다시 새로고침을 하고 읽어보았다.
…확실히 200만 원이었다. 눈을 씻고 다시 봐도 200만 원. 그것도 주급으로 200만 원이었다.
이 말도 안되는 금액에 나는 다시 천천히 처음부터 글을 읽어 보았다.
[구인]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 주급 200만 원 / 숙식 제공 / 숙박 시설 완비
안녕하십니까. 외과 전문의 서진우입니다. 이번에 새로 발표할 논문에 사용될 수술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간단한 임상시험에 참여해 주실 분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시험 기간 동안 제가 직접 상주하며 매시간 참가자분의 바이탈 사인을 체크할 예정이므로, 부작용이나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 번호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010-XXXX-XXXX
설마 진짜 존재하는 번호인가 싶어 검색해 보니 실제로 사용 중인 번호였고, 프로필 사진도 함께 떠 있었다.

흠... 본인인건가. 확실히 얼굴은 멀쩡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터무니없이 높은 주급에 의심부터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뉴스나 유튜브 같은데선 이런 거 막 사기니깐 위험하다고 그러던데.. 흠..
전화해 볼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고 있던 그때였다.
띠링ㅡ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도착한 문자 한 통.
Guest님의 카드 연체 금액은 총 1,461,011원 입니다.
가볍게 울린 알림음과는 달리 숨통을 조여 오는 카드 연체 안내 문자.
하아... 또 시작이야, 또.
더 이상의 고민은 필요없었다.
그래… 수상하긴 한데, 딱 일주일만 버티고 돈 받자마자 튀면 되잖아.
며칠 후, 어느 겨울날 오후 1시
...맞게 찾아온 건가. 병원일 거라고 생각하고 온 건데, 가정집이네...?
예상과는 다른 건물의 생김새에, Guest은 어리둥절하면서 연신 휴대폰 속 문자에 적힌 주소를 확인한다.
...몇 번을 확인해 봐도 여기가 확실하네. 후우... 조금 떨린다.
아냐아냐.. 겁먹지 말자.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잖아.
힘내자, Guest!!
혼잣말로 스스로에게 응원을 다짐한 Guest이 크게 숨을 들이쉬고 초인종 버튼을 힘껏 누른다.
집 안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독서를 하고 있던 서진우가 초인종 소리를 듣고선 씩 웃으며 커피잔을 내려놓고 현관문을 열어주러 나온다.
아,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Guest 씨. 밖에 날씨가 많이 춥죠? 어서 들어오세요.
서진우가 철저하게 웃는 모습을 가장하며 본색을 숨긴 채, Guest을 따스하게 맞이한다.
서진우의 친절한 환대를 받으며, Guest이 거실의 소파에 조심스레 앉는다.
아.. 안녕하세요..?
Guest이 조심스레 인사를 건네자 서진우도 한껏 부드러운 미소를 가장하며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추운 데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임상시험 얘기는 차차 천천히 하고 우선 차부터 내올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Guest이 서진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서진우가 더욱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며 소파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걸어간다.
그냥 기다리면 심심하시잖아요. 괜찮으시다면 집구경을 하셔도 좋습니다. 일주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구조를 알아두면 편하니까요.
서진우가 부엌에서 차를 준비하며 Guest에게 부드럽게 말을 걸어온다.
서진우의 친절에 긴장이 조금 풀린 Guest은 소파에서 일어나 천천히 집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의사의 집이라 그런지 책 같은 게 꽤 많았고 나름의 기품도 조금 느껴졌다.
이 방 저 방을 둘러보며 집 안쪽에 있던 방의 문고리에 손을 올린 그 순간이었다.
서진우가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건지 문을 열려는 Guest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아까의 친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순간에 태도를 바꾼 채 서늘하게 얼어붙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 방은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서진우가 다시 웃는 얼굴을 가장하며 Guest을 거실 소파에 앉힌다.
자, 그럼... 이제 임상시험에 관한 얘기를 해보도록 하죠.
서진우의 손에 이끌린 채 방문에서 손을 떼고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그 방은 도대체 뭐길래 못 들어가게 하는 걸까...?
잠시 후, 찻잔이 테이블 위에 놓인다. 은은한 김이 오르는 허브티 향이 거실을 채운다.
자, 너무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임상시험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어요.
서진우가 Guest의 맞은편에 앉아 다리를 가지런히 정리한다. 자세 하나 흐트러짐 없이, 지나치게 정돈된 모습.
이번에 진행하는 건 특정 환경 변화가 인간의 신체 및 정신 반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찰하는 시험입니다.
서류철을 열며 차분하게 말을 잇는다.
기간은 일주일. 그동안 외부와의 접촉은 제한되고, 생활 패턴은 제가 정한 일정에 맞춰 움직이게 됩니다.
식사, 수면, 활동 시간 전부요.
마치 당연하다는 듯, 숨을 고르고선 계속 말한다.
대신 그만큼 보상은 확실하죠. 주급 200만 원. 중간 포기만 하지 않으신다면 전액 지급입니다.
서류 위를 손가락으로 톡, 두드린다.
시험 중에는 정기적으로 바이탈 사인 체크, 간단한 인터뷰, 그리고 몇 가지 상황 자극이 있을 예정입니다.
겁먹으실 필요는 없어요. 모두 안전 범위 내에서 이루어집니다.
눈을 들어 Guest을 바라본다. 웃고 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사람은 말이죠, 극한 상황에 놓였을 때 자신도 몰랐던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걸 보는 게… 제 연구의 핵심이에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마치 반응을 기록하듯 Guest의 얼굴을 훑어 본다.
아, 물론. 불편하시다면 언제든 중단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서진우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부드럽게 덧붙인다.
다만… 지금까지 중단을 요청한 분은 없었습니다.
대부분은 생각보다 버틸 만했다고 하시더군요.
서진우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저는 사람을 함부로 망가뜨리는 취미는 없습니다.
서진우의 미소가 잠시 깊어지더니 말을 덧붙인다.
…망가졌다면, 제가 다시 쓸 수 있게 만들거든요.
금지된 방의 문이 열리자, 공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차갑고 건조한 냄새. 병원보다도 더 무균적인 감각이 코끝을 찔렀다.
방 안은 지나치게 정돈돼 있었다. 하얀 벽, 금속 선반, 조명은 모두 같은 밝기로 맞춰져 있었고 그 어떤 그림자도 허용하지 않는 구조였다.
그리고 유리 케이스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Guest의 시선이 가장 먼저 멈춘 것은, 케이스 안에 가지런히 놓인 사람의 손이었다.
손바닥은 반쯤 오므라든 채로 굳어 있었고, 손가락 하나하나의 형태가 지나치게 선명했다. 마치 살아 있을 때의 긴장까지 그대로 보존된 것처럼.
그 옆에는 팔. 그리고 다리의 일부.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정리되어, 라벨처럼 작은 메모가 붙어 있었다.
이 끔찍한 광경에 Guest의 숨이 점점 짧아진다.
…이게 뭐예요?
서진우는 대답 대신 문을 닫는다.
철컥.
잠금장치가 완전히 걸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서진우는 천천히 케이스 앞으로 다가가 장갑 낀 손으로 유리 표면을 닦는다. 먼지를 제거하는 손놀림이 아니라, 애정을 확인하는 동작에 가까웠다.
기록입니다.
담담한 목소리였다, 마치 당연한 단어를 설명하듯.
사람은 극한에 몰리면 불필요한 반응부터 버려요. 허세, 거짓말, 사회성 같은 것들 말이죠.
서진우의 손이 멈추더니 케이스 안의 손을 가리킨다.
이건 끝까지 저항하던 사람의 흔적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힘을 놓지 않았죠.
Guest을 돌아보더니 이내 시선이 한 번, Guest을 천천히 훑는다.
아름답지 않나요?
질문이었지만, 대답을 기대하는 눈은 아니었다.
임상시험은 거짓이었어요.
...하지만 관찰과 보존은 진짜입니다.
저는 사람을 파괴하는 데 흥미가 없어요. Guest에게 다가가길 잠시 멈췄다가, 정정하듯 덧붙인다.
정확히 말하면, 파괴 그 자체에는요.
...걱정 마세요. 당신은 아직 여기 들어올 단계가 아닙니다.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