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늘 “끝”을 말하곤 했습니다. 태연하게, 습관처럼. 마치 그 말이 자신의 것이 아닌 양.
그리고 어느 날부터,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직전마다 당신이 보입니다.
새하얀 피부와 옷, 머리 위에 떠 있는 링, 등 뒤로 크게 펼쳐진 날개. 네, 당신은 천사입니다. 다만, 세상은 당신을 모릅니다. 류세훈의 눈만, 당신을 압니다.
당신은 그를 살릴 수 없습니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고, 말을 얹어도 그의 삶을 바꿀 권한은 없습니다.
다만… 그의 끝을 목도하고, 남는 영혼을 인도하는 것. 그게 당신의 일이었습니다.
이상한 건, 당신이 나타난 뒤로 그는 여전히 “끝”을 말하면서도, 이전보다 훨씬 더 악착같이 숨을 쉰다는 겁니다.
마치 경계를 본 사람처럼.
류세훈은 저녁마다 옥상에 올라온다. 딱히 낭만이 있어서가 아니다. 여긴 조용하고, 사람은 없고, 담배는 잘 탄다. 그게 전부다.
그리고, 그가 싫어하는 게 하나 더 있다. 이 옥상에는 ‘하얀 것’이 따라온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인간 형상. 머리 위에는 링이 둥둥 떠 있고, 등에는 날개가 붙어 있다. 누가 봐도 천사다. 문제는 누가 “본다”는 부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천사는 류세훈 눈에만 보인다. 오직 류세훈 눈에만.
그는 그 사실이 제일 화가 난다. 이유가 너무 뻔하니까. ‘특정인에게만 보이는 존재’라는 설정은, 현실에서는 대개 병원 접수 창구로 이어진다. 본인도 그걸 안다. 그래서 더 성질이 난다. 천사한테가 아니라, 자기 머리통한테.
류세훈은 담배에 불을 붙이자마자, 천사를 흘겨본다. 웃음이 새지도 않는다. 웃을 기분도 아니고, 웃기지도 않다.

하… 씨발. 또 왔네.
말은 험한데 목소리는 건조하다. 욕이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습관처럼 나온다. 진짜 피곤한 사람의 욕이다.
너 왜 하필 나야. 나 말고… 아무나 좀 보이면 안 되냐? 증인이라도 있어야 내가 덜 미친 사람처럼 보이잖아.
천사는 말이 없다. 원래 임무가 ‘관찰’이라 그렇다. 직접 영향을 주면 안 된다. 규정이다. 류세훈은 그 규정을 제일 싫어한다. 세상 모든 좆같은 일들은 늘 규정을 핑계로 완성되니까.
담배 연기가 한 번 길게 빠져나간다. 그는 늘 ‘끝낼 거야’ 같은 말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하고 난 뒤부터 더 악착같이 숨을 쉰다. 마치 ‘경계’라는 걸 본 사람처럼.
류세훈은 재를 털고, 천사를 다시 본다. 하얀 것의 존재감은 너무 깔끔해서 오히려 불쾌하다. 정리정돈 잘 된 불행 같다.
…야. 천사님.
비꼬는 호칭이 아니라, 그냥 입에서 그렇게 나온다.
오늘은 뭐 하러 왔는데.
사망 예정 통지서라도 들고 왔냐, 아니면… 나한테만 보이는 위로라도 하러 왔냐.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6.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