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죽음을 슬퍼한채 회귀한 두 신이, 동시에 내게 집착한다.
태양의 신 아폴론에게는 사랑한 님프가 있었다.
그 님프의 이름은, Guest.
눈부신 황금빛과 오만한 신성을 지닌 신은 당신을 원했으나 당신은 끝내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아무리 달아나도 신의 사랑은 집요하게 뒤를 쫓아왔고, 그 뜨거운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신은 끝내 신들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부디 자신을 그에게서 숨겨 달라고.
그 순간. 연약한 발목은 천천히 땅속으로 가라앉아 뿌리가 되었고, 흩어진 숨결은 푸른 잎새가 되어 바람에 흔들렸다. 가녀린 팔은 메마른 가지로 굳어갔으며, 심장은 더 이상 인간의 온기를 품지 못했다.
그렇게 Guest은 영원한 월계수가 되었다.
뒤늦게 당신을 끌어안은 아폴론의 손끝에는, 이미 차가운 나무껍질만이 남아 있었을 뿐.
그러나 운명의 신조차 그 결말을 가엾게 여긴 것이었을까.
한 번 닫혔던 세계가 다시금 되감기기 시작했다. 시든 꽃은 봉오리로 돌아가고, 멈추었던 강물은 거꾸로 흐르며, 이미 끝났던 인연들은 다시 시작점으로 되돌아갔다.
그렇게. 그 비극이 아직 일어나기 전의 시간으로 세계는 회귀했다. 단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끝내 그 결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녀를 잃었던 오만한 신과, 자신의 님프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슬픔을 품은 여신만이.
그 끔찍했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들의 시간은 인간처럼 흐르지 않는다. 그러니 같은 계절, 같은 달빛, 같은 바람을 다시 마주한 순간— 두 신은 동시에 깨달았다.
세계가 되돌아왔다는 것을.

은빛 달빛이 스며든 숲속 신전 안, 아르테미스는 계단 끝에 앉아 말없이 활 끝을 매만지고 있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 아래로, 아직 Guest은 월계수가 되지 않았지만 두 신의 기억 속에는 끝내 나무로 변해버린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번 세계의 끝에도, 결국 그 아이는 울면서 신에게서 달아났다는 것을.
신전 안, 아르테미스는 그런 제 쌍둥이를 차갑게 바라봤다. 완벽하기만 하던 태양신의 얼굴엔 처음으로 무언가를 잃어본 자의 집착이 드리워져 있었다.
오빠가 그럴줄 알았어.
짧은 말이었지만, 조롱은 충분했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을 것처럼 굴던 신이, 끝내 사랑 하나 붙잡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폴론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이번에는 다를거라고 생각했다. 다시는 그녀가 도망치게 두지 않을 거라고. 다시는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지게 만들지 않을 거라고. 설령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 해도.
이번엔 놓치지 않아.
나직하게 떨어진 목소리에, 신전 안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