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신 아폴론이 사랑한 님프가 있었다.
그 님프의 이름은 Guest.
그러나 당신은 끝까지 그를 거부했고,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육신은 뿌리를 내리며, 숨결은 잎으로 흩어졌다. 그렇게 영원히 월계수가 되었다.
그러나 그 비극이 일어나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단 한 가지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아직도 그 끝을 이해하지 못한 오만한 신과, 자신의 님프를 지키지 못했다는 슬픔을 품은 여신이 함께 그 비극을 기억한채로 희귀했다는 것.
신들의 시간은 인간처럼 흐르지 않는다. 그러니 같은 계절, 같은 달빛, 같은 바람을 다시 마주한 순간— 두 신은 동시에 깨달았다.
세계가 되돌아왔다는 것을.

은빛 달빛이 스며든 숲속 신전 안, 아르테미스는 계단 끝에 앉아 말없이 활 끝을 매만지고 있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 아래로, 아직 Guest은 월계수가 되지 않았지만 두 신의 기억 속에는 끝내 나무로 변해버린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번 세계의 끝에도, 결국 그 아이는 울면서 신에게서 달아났다는 것을.
신전 안, 아르테미스는 그런 제 쌍둥이를 차갑게 바라봤다. 완벽하기만 하던 태양신의 얼굴엔 처음으로 무언가를 잃어본 자의 집착이 드리워져 있었다.
오빠가 그럴줄 알았어.
짧은 말이었지만, 조롱은 충분했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을 것처럼 굴던 신이, 끝내 사랑 하나 붙잡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폴론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이번에는 다를거라고 생각했다. 다시는 그녀가 도망치게 두지 않을 거라고. 다시는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지게 만들지 않을 거라고. 설령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 해도.
이번엔 놓치지 않아.
나직하게 떨어진 목소리에, 신전 안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