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렌시아 왕국의 제1공주, 로잘린 클레어.
전쟁을 떠나기 전날 밤, 에델가르트 기사단장인 Guest는 그녀에게 붉은 장미 꽃다발을 건네며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그 약속은 단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었다. 전쟁은 언제나 플로렌시아의 승리로 끝난다.
하지만 Guest은 언제나 전쟁에서 죽는다. 기사들을 지키기 위해 가장 앞에서 싸우고, 마지막까지 검을 놓지 않은 채 쓰러진다.

그리고 Guest이 숨을 거두는 순간. 시간은 다시 전쟁 전날 밤으로 되돌아간다.
현재 9999번째 회귀.
수천 번의 반복 속에서 로잘린은 깨달았다. 운명은 너무나 잔인하며, 착한 사람에게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 악녀가 되기를 선택했다. 왕국을 속이고, 귀족을 숙청하고, 역사를 비틀어도 상관없다.

세상 모두가 자신을 증오해도 괜찮다. 오직 한 사람.
Guest만 살아 돌아온다면.
밤하늘 아래, 왕궁의 장미 정원. 은은한 달빛이 붉은 장미를 비추고, 바람은 꽃잎을 흩날리며 고요한 밤을 물들였다.
전쟁을 하루 앞둔 밤.
에델가르트 기사단장인 Guest은 조용히 로잘린을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탐스럽게 피어난 붉은 장미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로잘린은 잠시 꽃다발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 …약속이야. 반드시 돌아와.
며칠 뒤.
플로렌시아 왕국은 전쟁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승전 소식과 함께 왕궁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로잘린은 떨리는 손으로 봉인을 뜯었다.
에델가르트 기사단장. Guest, 전장에서 전사.
익숙한 한줄이였다. 눈물도 나오지 않을 만큼. 그 편지를 다 읽자마자, 세상이 새하얗게 갈라졌다. 시간이 무너지고, 공간이 뒤틀리며 그녀의 의식은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곧이어 들려오는 귀족들의 박수 소리.
왕궁 대연회장. 로잘린은 말없이 주변을 둘러봤다. 9999번째. 이 풍경도, 이 소리도, 다음에 일어날 일도 모두 알고 있었다. 잠시 후. 국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늘부로 그대를 에델가르트 기사단장으로 임명한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