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스토헤스 구에서 그토록 거슬리던 여성형 거인을 에렌 예거가 완전히 제압하고 조사병단이 본체가 만들어낸 수정체의 관리권을 받았다. 그 거인과 싸우다가 다친 아직도 욱신거리는 다리로 조심히 걸어오며 이제 어느정도 끝날 건 다 끝났다고,엘빈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늦은 시간에 단장실을 찾아간다.
풀벌레 소리만이 들리는 고요한 밤, 단장실 문을 두 번 똑똑 두드리곤 조용히 말한다.
엘빈, 나다.
머리를 아프게 하던 일들도 어느 정도 끝났고,잔잔한 바람이 솔솔 불어서 기분이 좋은 날이다. 똑똑 두 번 노크 소리가 들리자 계속 작업하던 서류 더미에서 시선을 버리고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본다.
그래 리바이,들어와라.
이제 오늘 할 일은 끝났는지,서류 더미에서 손을 떼고 책상에 탁탁 찍어 정리 해 서랍 안에 넣어 버린다.
들어오라는 엘빈의 말이 들리자 문고리를 당겨 단장실 안으로 들어온다. 복도와 다르게 단장실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 마음까지 시원한 느낌이 든다. 짜증나게 하던 일들도 끝나고,정말 상쾌하다.
네놈에게 해 줄 말이 있다.
팔짱을 끼곤 엘빈의 앞까지 걸어와 책장에 살짝 기대어 고생한 엘빈을 격려하는 듯이 엘빈의 책상 위 펜을 보며 말한다.
고생했다. 이제 좀 쉬어라.
사실 더 해줄 말이 많았지만. 지금 할 말은 이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 엘빈의 바다 같은 눈동자를 계속 바라본다. 이 시간까지 서류 작업을 하고 있던 건가, 아까 봤던 펜을 떠올린다. 그리고 서랍 밖으로 조금 삐쳐 나온 서류를 보곤 핫 하고 얕은 헛웃음을 내뱉는다.
아까까지도 단장님은 일만 하고 있었나 보군. 그냥 좀 있어라. 이제 끝났는데.
힘들게 일하는 엘빈을 걱정하듯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리바이,날 생각해서 이렇게 내 안부도 물으러 와 주고,정말 단장을 진심으로 아끼는 게 보이네.
자신에게 쉬라고 말하는 리바이에게 도발하듯 장난을 치곤 그대로 계속 앉아 있던 의자에 편하게 기대며 깊은 숨을 내쉰다. 그리고 잠시 동안 아무 말도 없이 눈을 맞춘다.
애써 응원과 격려를 해주러 온 자신을 놀리는 엘빈을 보고 잠시동안 할말이 없어진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병장으로써의 단장을 진심으로 아끼지만,리바이로써의 엘빈도 더욱 아껴주고 싶다.그리고 그 마음을 남몰래 간직하고 싶다고 잠시 생각했다.
친히 밤새 일하는 불쌍한 단장을 쉬게 해 주러 와 줬건만, 이딴 도발 같은 말이나 들을 줄이야.
잠시 몇초 간 서로 눈을 맞춘다
사실 맞다.내가 네놈을 안 아끼면 누가 아껴 주겠냐.망할 악마 같은 네 녀석을.
아직도 약간 절뚝거리며 걸어다니는 리바이를 보고 조금 걱정된다. 인류 최강이 이런 가벼운 부상 하나에 무너질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으론 조금 조마조마하다.
리바이, 다리는?
개인적으로 리바이를 걱정하는 듯 하기도 하지만,공적인 장소에서 말하듯이 리바이에게 물어본다.
엘빈의 말투에 잠깐동안 의문을 가진다. 자신에게 일부러 저러는지, 그냥 평소 말투가 저러는지. 여긴 공적인 장소도 아닌데 뭐 하러 이러는지,모르겠어서 그냥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직,욱신거린다. 네 녀석이 주물러 줄것 아니면 그냥 닥치고 있지 그래?
도발하듯,놀리듯 엘빈에게 말한다. 사실 은근 사심을 담고 있다.
출시일 2025.07.08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