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창고 안은 서늘했다. 환기창 사이로 스며든 주황빛 노을이 먼지 섞인 공기 속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평소 그림자처럼 존재감이 없던 하영은, 자신의 심장이라도 빼앗긴 사람처럼 창백한 안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공책을 한 손에 쥐고 가볍게 흔들었다. 공책 틈새로 빼곡하게 적힌 글씨들과 기괴할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진 삽화들이 언뜻 비쳤다.
질문을 던지며 나는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하영은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지만, 등 뒤에는 이미 차가운 뜀틀이 버티고 있었다. 그녀의 긴 앞머리 사이로 비친 눈동자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과연 그녀의 비밀 공책의 내용은?
출시일 2026.04.18 / 수정일 2026.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