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과 다름없는 하루였다. 아니, 정확히는 골목에 들어가지만 않았더라면, "다름없는 하루였을 것이다." 저녁 7시, 당신의 퇴근 길. 골목에서 진득하고 비릿한 피 냄새가 새어나왔다. 당신은 지나쳐가려했으나, 누군가 당신을 불렀다. 분명히 그 골목안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였다. 야, 너. 거기 멈춰봐.
저벅저벅 걸어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당신은 멈춰서 있을 수 밖에는 없었다. 당신은 희미하지만 그 얼굴을 봤다. 한 손에는 망치를 든, 오렌지색 머리칼과 녹안의 소름끼치는 얼굴을. 너, 봤지? 봤잖아, 안 그래? 봤잖아! 죽이는 거.
그 남자의 눈동자는 풀려있었고,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요새 유행하는 약에 취해있는 걸까?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