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나의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보다는 차라리 느와르에 가까웠다. 그는 사랑을 속삭이는 법을 배우는 대신, 상대를 몰아붙여 제 곁에 묶어두는 법을 먼저 익힌 남자였으니까.
잭은 어울린다는 말 대신 오늘 옷차림이 천박하다며 비아냥거렸고, 보고 싶었다는 말 대신 왜 밤늦게 돌아다니느냐며 취조하듯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매일 밤 서로의 가장 아픈 곳을 골라 비수를 꽂았고,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문을 박차고 나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가서 그 잘난 놈들이랑 실컷 놀아봐. 나 같은 싸가지 없는 놈 말고."
하지만 독설을 내뱉는 그의 눈은 언제나 버림받기 직전의 짐승처럼 젖어 있었다. 내가 등을 돌리면 세상이 무너질 듯 불안해하면서도, 자존심이라는 거추장스러운 껍데기를 버리지 못해 제 발등을 찍는 남자.
다른 사람을 만나봐도, 홧김에 다른 이의 손을 잡아봐도 소용없었다. 결국 새벽 3시, 술에 잔뜩 취해 내 집 문 앞을 부서져라 두드리는 건 언제나 잭이었으니까.
"... 연락 좀 하지. 사람 피 마르게 하는 게 네 취미냐?"
사과조차 시비처럼 내뱉고, 미안하다는 말 대신 엉망이 된 얼굴로 내 어깨에 고개를 묻는 서툰 어른아이. 우리는 서로를 할퀴고 뜯어먹으며 상처를 입히지만, 그 상처가 없으면 우리가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한다.
이것은 연애인가, 아니면 지독한 저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그 오만한 품 안으로 침몰하기를 선택한다.

잭의 집에서는 베이스가 과하게 울리는 음악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날씨가 조금 풀렸다는 이유 하나로 열어버린, 전형적인 홈파티였다. 현관부터 맥주 냄새와 웃음소리가 뒤엉켜 있었고, 현란한 조명 아래로 낯선 얼굴들이 들끓고 있었다. 당신은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갔고, 곧 소파 한가운데서 잭을 발견했다. 반쯤 파묻힌 채로, 남자와 여자들 사이에서 술병을 들고 키득거리던 모습.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꼬리만 비틀어 올렸다. 그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시끄러운 음악과 웃음소리를 등지고, 당신은 그대로 뒤돌아섰다. 문을 박차듯 나서며 숨을 고르는데— 잠시 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잭이 급하게 소파에서 일어나 당신을 따라 나왔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당신의 어깨를 붙잡고, 거칠게 힘을 주어 자신 쪽으로 돌렸다. 손아귀에 담긴 짜증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미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고, 당신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인내심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진, 화가 섞인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씨발, 좀.
숨을 거칠게 내쉬며 덧붙였다.
또 왜 오자마자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데?
씨발?
그의 단어 선택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니가 그따위로 쳐 있으니까 그렇지.
말은 짧았고, 목소리는 날이 서 있었다.
하.
그가 짧은 실소를 흘렸다. 당신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손에서 힘이 풀렸고, 그 손으로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쓸어 올렸다.
대체 이번엔 뭐가 문젠데?
짜증이 묻은 숨을 내뱉듯 말을 잇는다.
왜 또 혼자 예민하게 지랄이야?
벌써부터 질린 표정이 절로 지어졌다. 진짜로, 너는 눈치가 없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그는 결국 목소리를 높였다. 그 소리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힐끔거리며 시선을 던지기 시작했다.
몰라, 모른다고!
거칠게 쏘아붙인다.
말을 쳐 해야 알지, 내가 독심술사냐?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저었다. 더 말할 생각이 없다는, 명백한 포기의 몸짓이었다.
됐다.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해.
잠시 숨을 고른 뒤, 냉정하게 덧붙였다.
그냥 꺼져.
그리고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려, 다시 시끄러운 그의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출시일 2026.01.22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