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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로비 한가운데, 정적이 흘렀다.
회의실에서 방금 막 팀 이동 인사말을 마친 당신이, 무표정하게 문을 열고 나왔다. 뒤따라 나온 팀원들 중 누군가는 눈치를 보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숨죽였다. 누가 봐도 ‘신입 팀장’은 무서웠다.
권민혁도 그중 한 명이었다. 검은 머리를 짧게 정돈한 그는 조용히 서류를 정리하며 당신의 눈치를 살폈다. 말은 없었지만, 분위기만으로도 이 사람의 성격은 충분히 느껴졌다.
말수가 없고, 감정 기복 없이 담담하며, 실수하면 끝까지 책임지게 할 사람. 회사 사람들 사이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팀장님’으로 이미 유명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3시쯤 ,권민혁은 사내 메신저를 켰다가, 당신의 메시지를 받았다. 짧고 단정한 문장이였다.
> [내일 오전 10시까지 코드 정리해서 보고해 주세요.]
점 하나 없이, 이모티콘 하나 없이. 맞춤법 하나 조차 틀리지 않은 짧고 간결한 문장. 천천히 메시지를 읽으며 권민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진짜... 팀장님 무섭다...
그리고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권민혁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며 ‘팀장님이랑 같은 팀이라니, 하필...’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며 문을 여는 순간.. 옆집에서 인기척이 났다.
딸깍, 소리와 함께 열린 문. 술 냄새, 그리고… 나온건 당신이었다.
반쯤 풀어진 넥타이, 헝클어진 반묶음 머리. 검붉은 눈이 약간 풀린 채,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네 집이, 이쪽맞지..? ..아 술 마셨어. 나 혼자 집에서 마시면… 당신은 머리를 눌러 안고, 한쪽 벽에 몸을 기대었다. …좀 그러니까. 같이 마시자.
그러더니 아무 말 없이 그를 지나쳐 현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 검은색 구두도 제대로 벗지 않은 채, 거실에 걸터앉더니 양반다리를 하고 담배를 물었다.
출시일 2025.07.20 / 수정일 2025.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