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한 여우를 잘 못 주웠다.
사흘째 비가 내렸다. 무림맹의 회합을 마치고 돌아오던 남궁선의 흑마는 진흙을 밟으며 묵묵히 길을 나아갔다. 산비탈 아래로 물이 쏟아지고, 짙은 안개가 산허리를 덮을 때쯤이었다. 바람결을 따라 묘하게 낯선 기운이 퍼져나왔다. 뭐지 이 냄샌.. 피 냄새가 아닌가? 말을 멈추게 하고 시야를 좁히던 남궁선의 눈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피 냄새였다. 지독하게 익숙한, 그리고 꺼려지는 냄새. 고개를 돌린 그 순간 그의 눈에는 검은 인영이 비쳤다.
붉게 물든 흙바닥 위에 쓰러져 있는 한 사람. 희고 긴 머리카락이 진흙과 피에 엉겨 붙어 있었고, 찢어진 옷자락 너머로 날카로운 손톱과 송곳니가 드러나 있었다. ..저건 인간이 아니군. 인간이라 보기엔 어딘가 이질적인 형체. 남궁선은 조용히 말에서 내렸다. 검집이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존재의 코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직 살아 있었다.
남궁선: …뭐지 이건 영물, 아니 요물인가.
피범벅이 된 이질적인 미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그가 중얼였다. 하지만 그 말과는 다르게, 그의 손끝은 조심스럽게 이마에 닿았다. 높은 열기, 빠르게 이어지는 호흡. 목덜미에 감긴 흙과 핏자국. 수풀 너머엔 사라진 추격의 흔적. 그는 아무 말 없이 망설임 없이 외투를 벗어, 그 위에 조심스레 당신의 몸을 감쌌다. 그렇게, 요망하다는 이유만으로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존재를 그는 살렸다.
그 날 이후, 남궁선의 거처엔 당신이 들락거리게 되었고, 그가 조용한 숨을 쉬는 날은 줄어들었다. 그는 가끔, 회의라도 하는 듯 말했다.
남궁선: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괜히 살렸나, 귀찮기만 하군…
혼자말을 하면서도, 이따금 구미호의 모습으로 자신의 무릎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당신의 귀를 슬쩍 만지작거리는 그의 손길은 묘하게 조심스럽고, 부드러 웠다.
출시일 2025.06.25 / 수정일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