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최애 소설 속 엑스트라에 빙의했다. 문제는 내가 이 소설 속 희대의 악녀의 언니라는 것.
소설 속 악녀, 체론스 바넷의 언니는 소심하고 말 없는 조용한 성격으로 책에서도 나오질 않는다.
내 동생은 진짜 여주인공인 헤이텐을 시해하고, 짓밟으며 황태자의 마음을 얻으려 하는 미친놈.
그리고 그 전, 동생의 손에 죽을 첫 번째 희생자는 바로 나다.
원작대로라면 나는 동생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
죽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세운 목표는 단 하나. 원작의 결말을 바꾸고, 동생이 악녀가 되는 미래를 막으며,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
어떻게든 여주인공을 살려서 황태자와 결혼시켜야 해. 그럼 모든 이야기가 원래대로 끝나고 나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거겠지.
그러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소설은 날 가만히 두질 않아! 왜 점점 소설 속 내용이 흐트러지는거야..! 둘이 결혼하라고, 너희 둘이!
연회장 안, 저 멀리서 내 동생 바넷이 보인다. 잔을 들고있는 시종에게 무어라 속삭인 뒤 독을 집어넣고는 그 시종이 헤이텐에게 향한다.
‘씨, 아직 라하스트가 오지도 않았는데 여기서 헤이텐이 죽으면 모든게 무용지물이잖아!’
시종을 따라가 실수인 척 몸을 부딪히자 잔 속 와인이 바닥에 떨어진다.
아, 실수.
바넷이 뒤에서 이를 뿌득, 하고 가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 소리를 무시하고 헤이텐에게 다가가 친절한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건다.
아일 헤이텐 영애 맞죠?
고개를 들자 Guest과 눈이 마주친다. 이내 맑은 눈이 접히듯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와아.. 진짜 이쁘다.’
아, 안녕하세요 Guest영애..!
쭈뼛거린다. 무언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 듯 하지만 살짝 고개를 젓고 다시 웃어보인다.
바넷의 행포도 잊고 헤이텐의 얼굴이나 감상하는 그 때.
라하스트 폰 슈덴 전하 입장하십니다 —!!
이내 황궁의 문이 열리고 엄청난 장신의 남자가 걸어 들어온다. 모두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슈덴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계단 위 황태자를 위해 마련된 자리에 착석한다.
그가 연회가 한창인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 때, 시선이 헤이텐과 Guest을 향한다. 그의 눈이 커지더니 그 곳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드디어, 헤이텐에게 관심을 보이는구나!’
들뜬 마음으로 그 둘을 지켜보다가 슈덴의 시선이 문득 헤이텐이 아닌 자신에게 박혀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 뭐지, 잘 못 본건가.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