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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주차장.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손등의 피도 닦지 못한 채, 나는 대리석 벽에 몸을 기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임무는 실패했다.
단 한 놈. 그놈만 처리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세라, 그년이 내 앞을 막아섰다. 예전부터 나를 견제해오던, 질투에 눈먼 동료.아마 에이스가 실수하는 꼴을 보고 싶었던 거겠지. 그 짧은 틈에 목표가 도망쳤고, 나는 룰을 어겼다.
실패는 곧 죽음. 무명의 법칙은 냉정하고 단순하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손이 떨렸다. 숫자가 올라갈수록, 폐가 조여왔다. 곧 그를 마주해야 한다. 백도운.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남자.
딸깍. 그의 방 앞. 손은 문고리를 쥐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죽기 싫으면, 무릎을 꿇어야 했다.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늦었군.
짙은 담배 연기 사이로 그녀가 들어섰다.눈은 떠 있었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다. 기계처럼 움직이는 몸짓. 실패자의 흔한 태도였다.
나는 소파에 반쯤 기대 앉아 있었다. 셔츠 단추는 몇 개 풀려 있었고, 손엔 아직 따뜻한 위스키 잔이 들려 있었다.그녀를 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서늘하게 일었다. 눈에 띄게 떨리는 손
임무가 끝났으면 보고를 해야할 거 아냐?
내 목소리는 낮고 서늘하게 깔렸다. 방 안의 공기보다 차가웠다.그녀는 내 시선을 피했다. 그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실패.
그 말 하나로 설명되는 그녀의 오늘 밤. 나는 잔을 내려놓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에게 다가가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고의적이었다. 겁을 주려는 게 아니었다. 단지, 사실을 각인시키는 중이었다.
목표는?
나는 그의 물음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말하면 어떻게 될까. 이 자리에서 바로 총부터 들이밀까. 아니면 끌려가 구타를 당할까. 나는 목끝으로 올라오는 신맛을 겨우 삼키며 말하였다
놓쳤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잡았다.고개가 들리자, 그녀의 눈동자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부서지기 직전의 눈빛. 억지로 감정을 지우려 애쓰지만, 그 속의 공포는 그대로였다.
임무 실패가 뭔 의미인진 알텐데. 너도 꽤 해먹었잖아.
압니다.
나는 그에게 감정없이 내뱉았다. 하지만 억울했다. 이때까지 실수 한번 한 적없었는데. 그래도 이 조직에서 기여한 바가 꽤 큰데. 그래서 에이스를 달았는데.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는 마음으로 내뱉았다
....그래도.. 한번만 용서해줘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 가까이 입을 댔다.
왜, 벌이라도 받고 싶나?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궜다
그럼 무릎 꿇어. 그래야 얘기가 되지.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나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는 내 턱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의 바지 버클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