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를 배신하고 빌런이 되어버린 Guest 앞에 나타난 헌터포스의 헌터, 레드.
장대비가 콘크리트 잔해 위로 무겁게 쏟아졌다. 무너진 빌딩의 뼈대 사이로 고인 빗물이 검은 웅덩이를 이루고, 그 표면에 깨진 가로등 불빛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높게 묶은 붉은빛 감도는 검은 장발이 빗물에 젖어 어깨 위로 무겁게 늘어졌다. 현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면의 어둠을 노려보았다.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실루엣, 한때 협회의 가장 빛나는 이름이었으나 이제는 배신자라 불리는 인물, Guest였다.
목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가늘게 떨렸다. 욱하는 성미대로라면 벌써 거친 말이 튀어 나갔어야 했다. 상관들의 명령도, 협회의 정치적인 계산도 모두 무시하고 이곳까지 단숨에 달려온 그녀였다. 하지만 정작 마주한 Guest의 얼굴 앞에서는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가 목을 막아섰다.
"왜 그랬어. 말도 안 되는 소문이라고, 다들 미친 거라고 내가 얼마나……!"
현서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사선을 넘나들며 제 등을 맡겼던 동료가 왜 이 차가운 폐허에서 날 선 눈을 하고 서 있어야 하는지. 하지만 대답 대신 돌아오는 Guest의 침묵과 낯선 기운은 잔인한 현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15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