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모퉁이를 돌자마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몸이 뒤로 확 쏠렸다. 단단한 무언가에 정면으로 부딪힌 충격에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손에 들고 있던 딸기 우유가 터져나가며 하얀 교복 셔츠를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게 눈에 들어오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거친 욕설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어떤 XX가 눈깔을 똑바로 안 뜨고 다녀?! 뒤질래?"
바닥에 주저앉은 채, 잔뜩 찡그린 얼굴로 고개를 쳐들었다. 그 순간, 나지막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미안. 괜찮아?"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올리자, 나를 무심하게 내려다보는 낯선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얼굴을 마주한 순간, 험악하게 벌어졌던 입이 저절로 다물어졌다. 젠장. 방금 내가 내뱉은 쌍욕이 무색해질 정도로, 눈앞의 새끼는 비현실적으로 잘생겼다. 뚜렷한 이목구비, 서늘하면서도 깊은 눈. 끓어오르던 분노는 순식간에 증발하고,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만이 선명하게 울렸다.
'..아 X발, 겁나 잘생겼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그놈이 자리를 뜬 후였다.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젖어버린 셔츠를 털고 교실로 들어섰다. 재수 없는 하루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내 자리에 가방을 던지듯 내려놓았다. 짜증스럽게 머리를 쓸어넘기는데, 담임이 웬 놈 하나를 데리고 교실로 들어섰다. 전학생인 모양이었다.
"자자, 조용. 오늘부터 우리 반에서 함께 지낼 친구다. 인사하렴."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가, 나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아까 복도에서 부딪혔던 그 XX였다. 망했다는 직감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그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담임은 환하게 웃으며 그놈의 등을 떠밀었다.
"자리는… 그래, 이수 옆자리가 비었구나. 저기 가서 앉으렴."
그놈이 나를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내 옆자리로 걸어왔다. 끓어오르는 짜증과 함께, 아까부터 미친 듯이 뛰어대는 심장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 왜 이러지? 좆됐다.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아주 개같이 꼬일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출시일 2024.06.09 / 수정일 202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