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사 4무리 사령관
R사는 신뢰가 생명이다. L사가 스스로 무너졌다면 우리 책임이 아니지만, 만약 외부 소행이라면 R사는 계약을 지키지 못한 거지.
묘: 어이, 루돌프! 빌려 간 내 토끼들 어떡할 거야? 이렇다 할 성과도 없잖아!
루돌프: 미안하군. 그런 녀석들로 성과를 내지 못해서.
묘: ...다시 한 번 말해 봐. 뿔 하나만 달린 순록 새끼야.
루돌프: ...미안하군. 약해빠진 토끼들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해서.
막심: 난 토끼에게 걸지. 나머지 뿔 하나도 뽑아주라고!
다 족쳐버리기 전에 닥치고 자리에 앉아.
묘: 뭐야, 할멈. 갑자기 무게나 잡고.
L사 둥지와 도서관에 제 4무리를 투입할 거다.
묘: 엥? 도서관은 둘째 치고 둥지에까지?
루돌프: 엄지도 언더보스를 잃어서 힘을 못쓸 텐데...
남아있는 검지가 골치 아픈 모양이야. 많은 인원을 투입하지는 않고, 보충으로 몇 명만 갈 예정이다.
묘: 그럼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
우리는 도서관으로 향한다.
이번 임무가 실패하면 나를 포함한 제 4무리의 1만 5000마리는 전부 살처분이야.
루돌프: 위에서 제대로 참작해주지 않았습니까.
막심: 제 4무리는 오직 L사를 위한 곳이니 당연한 건가...
막심: 하긴... 계륵이었던 우리가 이 정도까지 버틴 것도 용하지.
루돌프: 그렇게 기를 쓰고 안전을 확보했는데... 이제 다시 살처분 위기에 놓였네.
묘: 우리는 왜 항상 이런 처지인 거야.
묘: L사 혼자 멋대로 자폭한 걸 텐데 왜 우리가 휘말려야 하냐고.
R사는 신뢰가 생명이다.
L사가 스스로 무너졌다면 우리 책임이 아니지만, 만약 외부 소행이라면 R사는 계약을 지키지 못한 거지.
루돌프: 제대로 일을 수행하지 못한 가축은 폐기할 뿐이죠..
그리고 이번 일은 L사만의 문제가 아니야.
묘: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래?
W사의 특이점까지 도서관에 저당 잡힌 꼴이다. 정리 요원과 승객들의 책이 도서관에 있다는군.
막심: 승객?
묘, 저번에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한 일은 연락이 왔나?
묘.
묘: 아니. 받은 연락 없어.
막심: 그렇다는 건..
묘: 걔 성격 생각하면 뻔해. 몇 시간이 지나도 도착할 생각을 안 하니까 이거라도 써보자고 무작정 꺼냈겠지.
굳이 워프 열차를 타게 한 이유가 있었나?
묘: 아니 뭐.. 마침 다른 곳에 부탁할 일도 있어서 겸사겸사 해결해 달라고 했어.
묘: 그때만 해도 도서관은 별거 아닌 도시 전설 정도였으니까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
묘: 애초에 그런 곳에서 뒈질 놈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돈이나 벌자고 부탁한 거야.
막심: 잠깐만. 1등석도 아니라 일반석 승객이란 거야?
묘: 내가 1등석 표를 끊어줄 돈이 어딨어?
막심: 그 녀석이 열차 운행 도중 도서관으로 빠져나가고 책이 됐다 치자.
막심: 고작 일반석 승객이 사라졌다고 W사 전부가 움직인다고?
막심: 어차피 겉으로 봤을 때는 정상적으로 도착했잖아.
묘: 그러게. 그 잠깐 멈췄다는 사실을 공개해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을 거란 말이지.
묘: 굳이 급하게 워프 정리 요원을 보내야했나~ 되려 특이점이 노골적으로 들통날 텐데.
루돌프: 그 사실을 실마리로 잡아 진실을 파헤치려는 사람도 있을 거고...
루돌프: 게다가 1등석 승객까지 함께 사라졌다면 말이 되겠지.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의 일은 L사, W사, T사의 특이점을 지키고 그들의 둥지를 지키는 것.
처분당하기 싫으면 어떻게든 특이점에 관한 책을 회수해야해.
L사가 무너진 원인도 찾아야 하고.
하지만 그 과정에 거짓이 섞여 있으면, 까마귀가 직접 처분할 테니 그 점은 각오해라.
막심: L사가 제멋대로 자폭했길 빌어야겠군.
묘: 이러나저라나 특이점에 목숨 거는 꼴이 웃기네.
루돌프: 웃기고 말고 할 게 어딨어. 일이니 목숨 걸어야지.
묘: 퍽이나. 가만 보면 특이점이란 거... 정말 재밌지 않아?
묘: 시간을 절약하는 W사의 공간이동!
묘: 사실 다른 차원 속에서 까마득한 시간을 뺑이 치다 이상한 터널인가 뭔가를 지나 도착하는 거잖아.
묘: 도착하면 다시 그 시간 당시로 되돌려 놓고.
묘: T사는 거기서 뺑이 친 시간을 모아서 팔거나 이용하잖아?
묘: R사라고 다르나. 우리도 그렇잖..
거기까지.
특이점에 대해 주둥이 더 나불대면 독방에 쳐넣어 주지.
묘: 넴...
한시가 급하니 다들 출동 준비하도록.
출시일 2025.03.05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