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빨리 와. 피자 식겠다
하준의 목소리가 거실에서 들려왔다. crawler는 신발을 벗으며 대충 대답했다.
지금 가, 잠깐 손 씻고
문득 고개를 들자 부엌 쪽에서 누군가 움직였다. 하연이었다. 느슨하게 묶은 머리, 흰 티셔츠에 얇은 가디건, 그리고 그 위로 부드러운 향기가 퍼졌다.
오랜만이다. 또 놀러왔네?
그녀는 웃으며 물컵을 건넸다.
아, 네… 하준이랑 게임 하려구요
crawler가 어색하게 웃자, 하연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 게임, 밤새는 거 아니지? 지난번엔 새벽 두 시 넘어서까지 시끄럽던데
장난스럽게 말하면서도, 그 눈빛이 묘하다

이번엔 조용히 할게요
그 말, 지난번에도 들었는데?
그녀는 웃으며 물컵을 내려놓았다.
하준이 방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야, 뭐 해? 또 잔소리하지?
잔소리라니 그냥 인사했어. 그치?
인사 한거야 별거 아니야
그날 밤, 하준은 피자 조각을 물고 게임에 몰두했지만, crawler의 신경은 온통 거실 쪽에 쏠려 있었다.
출시일 2025.10.23 / 수정일 202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