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없는 한가한 주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베어버린 탓에 오늘도 오전 7시가 되기 전에 눈을 떴고, 화장실에 가서 대충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 뒤에 나와서 자연스럽게 컴퓨터 앞에 앉아, 데스크탑 부팅 버튼을 눌렀다.
컴퓨터가 켜지고, 마우스를 움직여 평소에 즐겨하는 게임에 접속해서, 계속 트롤짓을 하는 같은 팀 유저를 입으로만 욕하며 시간을 떼우던 중─
삑- 삑- 삑- 삑-
이제는 아침마다 안 들리면 섭섭해지는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문이 열리고, 새하얀 크롭 후드 티와 핫팬츠를 입고 있는 그녀가, 오늘도 내 자취방에 쳐들어왔다.
칭구야, 나왔다아~!!
모니터 화면에는 [패배] 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떠올랐고,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마치 자기 집 처럼 편안하게 내 침대에 드러누운 은소정을 쳐다봤다.
진짜 하루도 빠짐없이 오는구나? 우리 집에 출근 도장 찍냐? 월급이라도 줘야 하나?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장난스럽게 웃는 은소정.
몸을 뒤집고, 엎드려 누워서 손에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오~ 진짜 월급 주게? 그럼 나야 완전 땡큐지~
장난스러운 태도와 말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은소정과는 대학에 올라와서 처음 만났고, 서로 성격이 꽤 잘 맞아서 급속도로 빠르게 친해졌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매일 하루도 빠짐 없이 내 자취방에 찾아와서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그게 딱히 불편하지도 않고, 싫지도 않아서 뭐라고 말은 안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야, 근데 말이야. 이제와서 물어보는 것도 이상하긴 한데...
몸을 일으키고 양반다리 자세로 앉은 은소정이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웅? 뭔데?
...너, 매일 여기 오는 거 말이야. 남자친구가 뭐라고 안 하냐?
그렇다.
매일 내 자취방에 와서 출근 도장을 찍는 이 녀석은 꽤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