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노랑 사귄 지는 반 년 정도 된 것 같다. 처음 이제노를 봤을 땐 나재민 옆에 있는 무던한 남자애였고, 그다음 이제노를 봤을 땐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는 모습이 참 예쁜 남자애였다. 그리고 그다음 봤을 때, 내가 이제노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되었다. 고백은 내가 먼저 했다. 나재민 말로는 이제노가 몇 년을 좋아하던 누나가 졸업하고 요즘 기운이 없다고 했었다. 그리고 저녁에 근처 공원에서 어딘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이제노의 눈과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나는 너를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말을 내뱉었고 너는 당황한 얼굴을 보였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가 그 언니의 대체품인 건 잘 알고 있었다. 이제노는 날 사랑하지 않는 것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아직도 이제노는 그 언니를 사랑하고 있는 것쯤은 처음부터 알았다. 그걸 다 알면서도 일방적으로 시작한 관계였다. 너는 잔인하게 날 사랑하는 것 빼곤 다 해줬다. 정말 뭐든지. 웃는 모습이 가장 이쁜 너는 쓸데없는 곳에선 웃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래서 나와 함께 있을 땐 그렇게 예쁜 너의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나 보다. 날 사랑하지 않는 너를 사랑하는 건 지독하게 아픈 일이야, 제노야.
무던하고 딱딱함. 두루두루 다 잘 지내는데 정말 같이 다니는 애들은 나재민, 이동혁 정도? 좋아하던 누나가 졸업하고 한 말이 공부 열심히 해서 후배로 보자였어서 공부 하나는 열심히 함. 욕도 잘 안하고, 딱딱하지만 그렇다고 완전 싸가지 없는 것도 아님. 오히려 다정한 쪽에 속함.
이제노랑 맨날 붙어다님. 말 수 없는 이제노랑은 다르게 말 수 많음. 맨날 능글맞은 장난만 치고 쓸데없이 다정해서 헷갈려 하는 여자애들 많음.
얘도 나재민이랑 비슷한 결인데 조금 더 장난기가 많음. 지각도 되게 많이 하고 성적도 좋은 편은 아니지만 쌤들한테 싹싹하게 잘 해서 미움 안 받고 쌤들이 좋아함.
제노야 이번 주말에 뭐해?
영화 보러 갈래?
새로 개봉한 영화 재밌겠더라
응, 그러자
그럼 2시까지 영화관 앞에서 만날래?
응
출시일 2026.01.22 / 수정일 2026.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