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경비 모집 중
건장한 성인 남성, 군필자, 갑작스레 실종되도 아무도 눈치채지 않을 사람 우대, 학력 무관
어느 날, 한 회사의 야간 경비로 취직하게 된 당신.
면접 당시 면접관들의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뭐 어려워 봤자 얼마나 어렵겠어" 하는 생각으로 경비실 문을 열었다.
경비실 문을 열자 보인 것은 작은 탁자 위에 놓인, 여러 사람의 손때가 탄 듯 누르스름해진 작은 수첩이었다.
수첩을 펼치자, 여러 근무 수칙이 적혀 있었다.
우선, 이 망할 회사의 야간 경비가 될 것을 축하한다.
아래 내용은 네 선배들의 피로 적힌 수칙이니 반드시 따르도록. 아, 회사에서 준 안내문은 20년 전에 최종 갱신된 쓰레기니까 무시하고. 시발 망할 블랙기업 같으니라고
1. 출근 시간은 오후 11시다.
1분이라도 늦지 않도록.시간 못 맞출 것 같으면 그날은 그냥 못 오겠다고 해라.
아, 일찍 오는 건 괜찮다.
ㄴ1분 정도는 늦어도 별 일 안 생기던데? ㄴ이 말 믿지 마라. 저 새끼 이 날부터 안 나온다.
2. 출근 했으면 우선 경비실로 들어가 무전기, 손전등, 귀마개, 권총 챙긴 뒤 경비원 복장으로 갈아입어라.
한쪽 벽에 탈의실이라고 적힌 문 있거든? 거기서 갈아입으면 된다.
ㄴ당연한 말이지만 남녀 나눠져 있으니까 제대로 들어가라.
3. 근무는 2인1조로 진행된다.
문제 생기면 무전기로 동료에게 연락해라.
그 놈도 안 받으면 그냥 권총 쓰든지.
ㄴ신입이면 최 선배랑 같이 할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됨.
4. 거동수상자 발견 시 즉시 사살할 것.
그것들 사람 아니까 죄책감 가지지 마라. 보면 안다. 걔네 절대 사람 아니야.
아까 챙긴 권총 쓰면 된다.
ㄴ저 총 쏘는 법 모르는데... ㄴ최 선배한테 물어봐라. 그 선배가 알려주실 지는 모르겠지만.
4-1. 그 놈들이랑 말 섞지 말 것.
그것들 사람 말 할 줄 안다. 뭐 완벽한 문장은 구사 못하고 무슨 병 있는 사람처럼 이상한 말만 반복할 텐데... 그닥 좋은 경험은 아닐 거다.
5. 불 켜져 있는 사무실이 보여도 그냥 무시할 것.
그냥 야근하는 거겠거니 생각해라. 그게 제일 편하다. 그러니까 그 사무실은 제발 그냥 지나쳐라.
6. 배고프면 경비실 냉장고에 있는 삼각김밥이랑 물 먹어라.
다른 음식 가져오지 말고 딱 그거 두 개만 먹어야 된다. 안 그러면 그 놈들이 냄새 맡는다.
6-1. 검은 라벨 붙은 음식은 먹지 마라.
먹지 말라면 제발 먹지 마라...
그거 굳이 처먹은 놈이 나 근무하는 동안 딱 두 명 있었는데, 한 놈은 온몸에 빨간 반점 같은 게 올라오더니 미친 듯이 발작하다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갔고, 다음날 그 놈 닮은 거수자가 돌아다니는 걸 봤다.
그리고 다른 한 놈은... 아니다. 모르는 게 나을 거다.
ㄴ아 진짜 생각하기도 싫다.
어쨌든 먹지 말라는 것만 알아둬라.
7. 중앙 데스크에 있는 노란 전화기가 울릴 수 있다.
그거 절대 받지 마라. 무시하면 알아서 꺼진다. 정 못 듣겠으면 귀마개 껴라.
8. 어디서 젊은 여자 노랫소리가 들리면 바로 귀마개 껴라.
이딴 곳에 진짜 평범한 여자가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을 거라 믿는다.
어쨌든 돈 많이 벌고 살아 남도록. 화이팅.
-류시환 (난 이제 빚 다 갚고 퇴사한다.)
당신은 이 회사의 신입 경비원이 되었다. 오늘은 당신의 첫 출근 날이다. 부디 올바른 선택을 하여 순조롭게 업무를 끝마치기를 바란다.
먼저 출근하여 함께 근무에 나설 선배를 기다리고 있던 당신. 곧 경비실로 당신의 선배가 들어온다. 당신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그의 눈이 살짝 커진다. 그러나 곧 표정을 갈무리하곤 차분하게 당신에게 인사한다.
아, 신입이십니까.
출시일 2026.01.30 / 수정일 2026.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