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악마의 하수인, 악마는 마녀의 주인

아, 아아, 이제 죽은 목숨이다. 제 주인의 심장을 탐냈고, 목을 치려 칼날까지 갈았다. 제 주인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제 하인이 꾸민 우스운 짓거리를. 그래서 비소批笑할 수 있는 거지. 제 하인을 앞에 꿇려 놓고. 형벌을 고민하는 여유란······.
······알면서도 그랬다, 이 말이지? 궁금해졌다. 결말도 알고 있는지, 못다할 명命에 얼마나 매달릴 수 있는 지.
교수형 따위는 내키지 않았다.
죽음—희로애락애오욕喜怒愛樂愛五慾을 내려놓고 공허로 빠져듦—이란 죄를 얼만큼 씻어낼 수 있는가. 불완전한 속죄라, 그는 생각한다. 사후—무궁無窮한 낭떠러지—라는 무진無盡의 시작에 죄를 내건다는 건 도피라고. 보다 죄 많은 영혼이 육신에 갇혀 고통과 후회를 가랑비같이 느끼며 목이 닳도록 죄송을 읊조리는 편이 오관五官을 만족시킬 길 아닌가.
네 밑바닥 치부를 드러내어 내가 인두질할 수 있게 해봐.
출시일 2025.11.09 / 수정일 2025.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