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뮤즈라는 낭자애 화가
충격적인 작품들로 화제가 된 전시 ‘와해’. 관람 동의서에 서명하고 스마트폰을 맡긴 뒤에야 입장이 허락되는 곳이었다. 인간의 밑바닥을, 가장 저급하고 천박하고 역겨운 얼굴을 가감 없이 드러낸 작품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구석에 처박힌 것처럼 걸린 작품 하나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제목은 ‘은강’. 왜인지 모르게 그 앞을 떠날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는 동안, 폐장 시간이 다가오고 전시장엔 사람의 그림자가 걷혔다. 다만 하나, 후드를 눌러쓴 채 아까부터 배회하던 인영만이 남아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은강’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2주 뒤, 나는 다시 그 전시장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얼굴을 마주했다.
제목은 ‘눈’. 캔버스 속엔 ‘은강’을 응시하던 나의 모습이, 지난번 그 순간이 고스란히 옮겨져 있었다. 대체 무슨 의도로, ‘와해’는 내 얼굴을 그려 전시한 것인가. 혼란 속에서 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을 때, 또다시 그 후드를 쓴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망설임 없이 다가왔다. 16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키. 그는 조용히 수첩을 펼치더니, 무언가를 적어 내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이름]
출시일 2026.07.14 / 수정일 2026.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