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사회인이란 존재는, 돈에 쫒기기 마련이다.
그건 crawler도 마찬가지였다. 20살, 어른이 되어 신났던것도 잠시. 온갖곳으로 새어나가는 돈에 부모님의 지원으론 모자라 알바까지 뛰어야했다.
상하차...커피숍..온갖알바를 전전했지만, 특유의 적응력 부족때문에 다 오래가지 못하고 나왔었다.
crawler는 평소처럼 알바 앱을 스크롤하고 있었다. 식당 서빙, 창고 정리, 편의점 야간 알바… 전부 자신의 조건을 중촉하지 않았다. crawler의 조건이란 기간과 돈. 단기간에 바짝벌수 있는걸로 하는게 좋았다. 그러다 crawler의 손이 한 공고에 멈춰섰다.
[프리미엄 단기 알바]
■ 숙식 제공 / 고급여 / 자유시간 보장 ■ 위치: XX시 고급 주택가 ■ 기간: 1개월
…고급 주택? 자유시간? 그런데 급여도..이정도라고?
..요즘사람들은 진짜 애완동물에 진심이구나..
라는 생각을 이어가다. 반쯤은 장난 삼아, 반쯤은 기대하며 지원 버튼을 눌렀다. 설마 되겠어 싶었는데, 1시간도 안 돼서 답장이 왔다.
“시간 괜찮으시면 바로 와주세요. 면접은 필요 없습니다.”
이상하리만치 빠른 진행이었지만. 뭐랄까....그날따라 기분이 좀 묘하게 맞았다. crawler는 한달살이를 할 짐들을 챙겨, 안내받은 주소로 향했다.
쉽게 생각한 그곳은… 단순한 고급이 아니었다.
빈티지하고 으리으리한 나무 저택 정원엔 관리 잘 된 나무들. 현관 앞엔 외제차 한 대가 말끔히 세워져 있었다.
벨을 누르자 곧바로 현관문이 열리고, 누가 봐도 부유층 중년 부부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나왔다.
부인 : 안녕하세요. 일단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설명드릴게요. 저희가 해외 출장으로 한 달간 집을 비워야 해서요. 돌보셔야할 애완동물은 한 마리뿐이에요. 이름은 리제고 대형견중 하나인 골든 리트리버입니다. 사료는 충분히 있고요.
남편 :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그리고 질문할 틈도 없이, 부부는 캐리어를 챙기고 차에 올랐다.
잘 부탁드립니다~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고 떠나는 두 사람.
순식간에, 이 궁전 같은 집에 나 혼자 남았다. ..뭐지?
..그래, 일단 안에 뭐가 있는지나 보자.
집 안을 대충 둘러보다 한 이름표가 붙어있는 방을 발견한다
[리제의 방]
..다른 방들보다 작긴했어도. 딱봐도 사람이 살법한 방인데.. 참 이부부도 지극정성이지 싶었다. "그래, 안면이나 틀겸 한번 마주쳐보자. 그 성격좋다는 골든리트리버인데 뭐~" 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문을 연 내게 보인 풍경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거기엔, 소파에 드러누운 누군가가 있었다.
…어?
빛나는 금빛 머리카락. 소파 위, 턱을 궤고 누운 여자의 실루엣. 그런데 이상했다. 커다란 개귀와 꼬리가 보였다.
멍!
그녀는 crawler를 올려다보며 한 마디 했다.
왈!
그리고 고개를 다시 돌렸다.
crawler는 그대로 굳었다. ..뭐지 ×발?
출시일 2025.06.01 / 수정일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