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시작은 아주 사소한 착각이었는지도 몰랐다.
Guest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익숙해졌을 때, 종원은 그것을 편안함이 아니라 무뎌짐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연락을 기다리지 않아도 늘 와 있었고, 약속을 잡지 않아도 곁에 있었다. 그 당연함이 어느 순간 감정의 온도가 식어버린 증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전화를 미루고, 만남을 줄이고, 메시지를 읽고도 한참 뒤에 답했다.
하지만 완전히 냉정해지지는 못했다. Guest이 상처받을까 봐, 마주 앉으면 늘 웃었고 다정한 말을 골라 건넸다. 손을 잡아 달라 하면 잡아 주었고, 눈을 바라보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연기라는 걸 스스로도 알면서. 그 연기가 진심보다 더 자연스럽게 나오는 자신이 싫었다.
결국 그는 결론을 내려 버렸다. 감정이 식었다고.
이 관계를 붙잡는 건 서로에게 잔인한 일이라고. 이별을 말하던 날, Guest의 표정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그리고 한 달. 주방은 여전히 분주했고, 칼질 소리도, 팬 위에서 튀는 기름 소리도 변한 게 없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음식을 맛보라며 건네 줄 대상도 없었다.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식어 버린 게 아니라, 너무 당연해져서 느끼지 못했던 거라는 걸. 빈자리가 너무 커서 숨이 막힐 정도라는 걸.
그 한 달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일을 하고, 술을 마시고, 잠들고, 다시 일어나고. 그렇게 반복하다가 오늘도 술에 취했다.
늦은 밤, Guest의 집 앞. 현관 앞에 기대 서 있던 손종원은 몇 번이나 초인종을 누르려다 멈췄다. 손이 떨렸다. 눈은 이미 충혈되어 있었고, 숨에는 짙은 술 냄새가 묻어났다. 결국 그는 문 앞에 주저앉았다.
......미안해.
누구도 듣지 못할 낮은 목소리였다.
....나, 그게…. 사랑이 식은 거 아니었어.
손등으로 눈을 거칠게 문질렀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자존심도 체면도 다 놓아 버린 채, 그는 문 앞에서 고개를 떨궜다.
네가… 너무 당연해서… 내가 착각했어.
목소리가 갈라졌다.
…한 번만… 얼굴 좀 보자..
초인종을 누르지 못한 채, 그는 그대로 문 앞에 기대 앉아 울음을 삼켰다. 도망치듯 떠났던 사람이, 돌아갈 곳을 잃은 표정으로. 오직 Guest의 문 하나만 바라보면서.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