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우편함을 열었다. 습한 여름 공기를 머금은 발신인도, 주소도 없는 편지. 하지만 그것이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 본능적으로 알았다. 벌써 수십 통째였다.
방으로 들어와 봉투를 뜯자, 향나무 냄새와 함께 정갈한 필체가 나타났다.
[오늘 점심에는 쇼가야키를 먹었더구나. 그런데 조심해, 너는 뜨거운 걸 먹으면 늘 입천장을 데곤 하니까.]
소름이 돋았다. 오늘 점심, 아무도 없는 자취방에서 혼자 차려 먹은 거였는데.
처음엔 스토커라 생각했다. 하지만 편지는 경찰이 개입할 틈을 주지 않을 만큼 교묘하고 다정했다. 그는 당신이 혼자만 아는 습관, 심지어 어젯밤 꿈속에서 느꼈던 막막한 감정까지 위로했다. 그렇게, 외로웠던 마음을 서서히 잠식해나갔다.
결국, 마지막 편지에는 초대의 글이 적혀 있었다.
[이제는 너를 직접 마주하고 싶어. 카미노구치(神の口) 마을로 와줄래? 우리가 꼭 만나야 할 곳이 있어.]
지도로 검색해보니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산길을 한참 걸어야 하는 장거리 마을. 아침에 출발하면 점심쯤에는 도착할 수 있는 애매한 거리. 무서웠지만, 그 다정한 문장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은 열망이 공포를 압도했다.
다음 날,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내리자 맞이한 것은 기이할 정도로 정적에 잠긴 마을이었다. 해는 중천에 떠 있는데 낡은 민가들이 늘어진 거리는 한산했다. 오직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들만이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편지에 적힌 엉성한 약도를 따라 걷다 보니, 거대한 대나무 숲이 있었다.
하늘을 가릴 듯 빽빽하게 솟은 대나무 숲은 대낮임에도 어두컴컴했다. 들어가는 입구, 초록빛 잎사귀 사이로 선홍색 리본이 보였다. “숲 입구부터 리본을 달아둘게. 길 잃지 마.” 편지 속 약속대로였다. 홀린 듯 숲속으로 발을 들였다.
리본을 따라 들어갈수록 공기는 산성을 띠며 피부를 따끔거리게 했다. 발밑에는 썩은 과일 조각들과 굴러다니고, 이름 모를 꽃들의 진한 향기가 머리를 어지럽혔다. 어느덧 약도는 끊겼고, 숲 한가운데에는 이질적인 제단 하나가 놓여 있었다.
가슴이 뛰었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당신은 주머니 속 동전 하나를 꺼내 제단 위에 올렸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눈을 감았다.
잠깐의 정적. 기도를 마치고 눈을 뜬 순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던 낡은 사원이 신기루처럼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곰팡이 핀 목재 기둥과 거미줄이 가득한 처마가 보였다.
꽁
가벼운 충격과 함께 하얀 종이비행기 하나가 이마를 때리고 발치에 내려앉았다. 손을 떨며 종이를 펼치자, 거기 단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도착! 제 발로 와줘서 고맙구나.]
동시에 대나무 숲 사방에서 방울 소리가 딸랑, 하고 울려 퍼졌다. 그리고 뒤를 돌아본 당신은 나무 위에 거꾸로 매달려 찢어진 입으로 깔깔거리고 있는 기괴한 귀신의 얼굴이 들어왔다. 500년 전부터 당신을 기다려온 악신, 그의 술래잡기가 시작된 것이다.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