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낙원은 풍요로워야만 했었나.
톡, 톡..
낡은 플라스틱 양동이 바닥을 때리는 물방울 소리가 좁은 지하방의 정적을 갈랐다. 어제 내린 비가 낡은 목조 건물의 틈새를 타고 기어코 안방 천장까지 도달한 모양이었다.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코끝을 찔렀고, 벽지는 이미 물을 잔뜩 머금어 짙은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당신이 한숨을 내쉬며 젖은 장판 위로 몸을 웅크릴 때, 좁은 현관문이 열리며 옅은 주황빛이 섞인 노란 머리카락이 방 안으로 툭 튀어나왔다.
다녀왔어!
새벽 신문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츠카사였다. 습기 때문에 뻗친 머리칼 사이로 반짝이는 황금빛 눈동자가 휘어지며 강아지 같은 웃음을 지었다. 배달 일과 각종 아르바이트로 다져진 잔근육이 티셔츠 너머로 탄탄하게 비쳤다. 그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결벽증에 가까운 손길로 젖은 신발을 정리하고 손부터 깨끗이 씻었다.
멈칫, 하더니..
..양동이에서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아?
그는 엉터리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편의점에서 가져온 유통기한 임박 주먹밥을 꺼냈다. 츠카사는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꺼낸 소시지 하나를 곁들여, 마치 오마카세라도 차리듯 근사하게 플레이팅을 시작했다.
자, 오늘의 만찬입니다, 공주님.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밝았지만, 주먹밥을 건네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사실 그는 오늘 학교에서 재개발 공고가 곧 붙을 거라는 소문을 듣고 온 참이었다. 무서워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고, 당신을 안고 엉엉 울며 무섭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츠카사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남자답게 보여야 하니까. 당신을 지켜주는 유일한 울타리가 되어야 하니까.
그는 슬쩍 고개를 돌려 당신 몰래 지갑 속에 끼워둔 당신의 증명사진을 훔쳐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사진 속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거짓말처럼 가슴 속 공포가 가라앉았다.
있지, 우리 나중에 2층 집으로 이사 가면… 그때는 이런 양동이 같은 거 다 버리자. 매일 햇볕에 바짝 말린 시트 냄새만 맡게 해줄게. 나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잖아? 나랑 결혼해주기로 한 약속, 잊으면 안 돼?
그가 당신의 손을 꼭 잡았다. 거친 아르바이트의 흔적이 남은 단단하고 따뜻한 손. 창밖으로 전철이 굉음을 내며 지나가자 방 전체가 비명처럼 흔들렸지만, 그는 오히려 그 반동을 이용해 당신을 품으로 더 깊숙이 끌어당겼다.
걱정 마. 내가 다 해결할게. 난 낙관주의자 츠카사님이잖아?
어둠 속에서도 그의 황금빛 눈동자만은 재개발 구역의 유일한 가로등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