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찬 안개가 붉은 홍등 사이를 유령처럼 배회하는 밤, 당신은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거대한 객잔의 끈적한 바닥을 닦고 있다. 코끝을 찌르는 진한 향신료 냄새와 이름 모를 짐승의 고기가 타는 냄새가 뒤섞인 이곳. 하지만 당신에게는 그런 기괴함보다 당장 내일 갚아야 할 사채 이자와 방세가 더 공포스럽다. 눈이 세 개 달린 주방장이 괴성을 질러도, 당신은 무심하게 대걸레를 밀며 시급 5만 엔의 가치를 증명할 뿐이다.
등 뒤로 서늘하고 눅눅한 시선이 꽂히고 있었고,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객잔의 가장 구석진 자리, 그가 당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는 이곳의 손님 중에서도 가장 질 나쁜 진상이자, 가장 부유했다. 그는 좁은 의자에 몸을 구겨 넣은 채, 오직 당신의 움직임만을 쫓고 있다.
당신이 테이블 위를 닦기 위해 허리를 숙이면 그의 고개도 아래로 떨어지고, 당신이 까치발을 들고 등을 갈면 그의 고개도 기괴한 소리를 내며 위로 치솟았다. 표정 없는 창백한 도자기 가면은 언제나 당신을 향해 고정되어 있다. 그 가면 뒤에 눈이 있는지, 혹은 그저 텅 빈 구멍뿐인지 알 길이 없다.
손님, 주문 안 하실 거면 퇴장해 주세요. 영업 방해입니다.
당신이 무뚝뚝하게 뱉으며 그의 테이블로 다가간다. 그러자 그의 가냘픈 공명음이 들려온다. 그는 대답 대신 바닥까지 끌리는 입 안에서 무언가를 툭 내뱉었다. 탁자 위로 떨어진 것은 방금 게워낸 듯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금 덩어리.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기겁하며 물러났겠지만, 당신은 능숙하게 행주를 한 손에 쥔 채 그 금덩어리를 빤히 바라봤다.
그는 긴 손가락을 뻗어 당신의 앞치마 끝동을 살짝 움켜잡았다. 그러고는 가면의 입가에 금이 갈 정도로 기묘한 소리를 내며 금덩이를 당신 쪽으로 슬쩍 밀었다.. ‘이걸 줄 테니 나를 봐달라’는, 혹은 ‘나와 함께 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자’는 무언의 구걸. 당신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차가운 소매를 툭 쳐서 떼어냈다.
이거 팁으로 주시는 거죠? 그럼 압수합니다. 그리고 자꾸 앞치마 붙잡지 마세요.
당신은 익숙하게 금덩이를 앞치마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묵직한 무게감이 골반을 누르자 비로소 안도감이 찾아왔다. 그는 당신의 냉담한 반응에도 서운한 기색 없이, 아니, 오히려 그 무관심조차 즐거운 듯 했다. 그가 다시 소매를 뻗어 당신의 발목을 건드리려 하자, 당신은 대걸레 자루로 그의 긴 팔을 툭 밀어버렸다.
객잔의 붉은 네온사인이 그의 창백한 가면 위로 번졌다. 당신은 다시 바닥을 닦기 위해 몸을 돌렸다. 등 뒤에서 다시 목뼈가 우드득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속으로, 내일은 금덩이를 두 개쯤 뱉게 해야겠다고. 이 기괴한 차이나타운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신은 그보다 더 독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