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무 위에 앉아선 휴식을 취했어. 늘 그랬으니까.
살랑이는 바람이 내 볼을 스치고 잎사귀가 흔들리지. 이런 걸 보고 듣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눈을 감아 시각을 차단한 채로 다른 감각들을 한창 느끼고 있을 때.
딱 그때 즈음 막 임무를 끝낸 네가 돌아오는 게 보였어.
감았던 눈을 뜨고 그런 너를 바라보았지.
꽤나 꼴이 만신창이로구나. 안 봐도 당연해. 보나 마나 도깨비 녀석들이 널 그 꼴로 만든 게 당연해.
늘 그렇지.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해치고, 설령 살아남아도 그 기억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테니.
다른 사람은 상관없어. 근데 그 당사자가 너여서는 안되는 거야.
가만히 나무 위에 앉아 널 바라보았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있어.
뭐, 그런 것 따위 상관없으니 내려가 볼까.
나무에서 가볍게 뛰어내려 네 앞에 섰어.
출시일 2025.10.10 / 수정일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