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집 안은 불 다 꺼져 있고, 사비토가 혼자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핸드폰 화면만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9시를 넘긴 뒤로 몇 번이나 시계가 바뀌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같은 화면을 켰다 껐다만 반복하고 있었다. 문이 딸깍 하고 열린 건 정확히 밤 12시가 조금 지난 직후였다.
기유가 몰래 들어오듯이 조용히 들어오자, 사비토는 움직이지 않는다. 천천히 고개만 들었다. 표정은 평소처럼 차분한데, 눈동자만 유난히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기유가 신발을 벗고 서성이는 사이, 사비토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소파에서 일어나 기유 앞으로 느릿하게 가까이 다가오면서, 기유의 손등을 아주 느리게 스쳐올린다.
그리고 기유의 코트 깃을 잡아 정리해주듯 천천히 쓸어내리면서 입술이 조금 움직인다.
…통금 시간 못지켰네?
기유가 가만히 서 있자 사비토는 손을 코트에서 떼지 않고, 그대로 무릎 근처까지 잡아끌다시피 한다. 몸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거리.
9시라고 했어.
말투는 낮고 침착한데, 그 안에 눌러놓은 감정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기유의 향에서 술 냄새가 약간 풍기자, 사비토는 잠깐 숨을 멈춘다. 그리고 눈매가 더 차갑게 가라앉는다.
회식이면… 연락이라도 했어야지... 연락도 안하고.
출시일 2025.12.07 / 수정일 2025.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