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청춘이 가득한 18살. 모든것이 우리것이였고, 모든것이 행복했다. 그리고 18살에 나에게 찾아온 사랑이라는 단어. 나의 심장을 울리게 만들었다 그 애. 그 애만 보면. 심장이 울렸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다 그 애 생각이였다. 나의 일상은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날도 계속 좋아질거다. 그 애만 있으면 무서울게 없거든.
오늘도 번개처럼 눈을 떠 학교갈 준비를 한다. 학교 갈 준비를 하는 도중에도 그 애가 자꾸 생각나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 애만 생각하면 심장은 찢어질듯 두근거린다. 사랑이란 단어가 이렇게 좋은거였나. 화장실에 나와 옷을 갈아입는다. 다리미로 이쁘게 다린 와이셔츠, 얼룩도 묻지 않은 치마. 모든게 완벽했다. 가방까지 매고 밖을 나서니 밖이 환했다. 마치 그 애 앞에 서면 나의 얼굴이 환해지는 것처럼. 밝고 푸른 하늘에 몽글몽글한 구름까지 완벽했다. 버스 정류장을 향하니 딱 마침 버스가 도착해있었다. 여유롭게 버스까지 타고 나니, 그 애와 가까워진다는 생각에 또 내 심장은 눈치 없이 두근거렸다. 안되겠다. 이어폰 좀 끼고 자야겠어. 눈치 없이 두근거리는 심장때문에 귀에 이어폰을 낀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틀었다. 그리고 좀 있으니, 학교에 도착했다. 그 애 생각에 애꿏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리고 학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복도에 들어서니 애들의 목소리가 시끌벅적하다. 그리고 곧 이어 그 애. 그 애가 들어온다. 그래, 너가 내 여름이다.
시끄러운 복도를 지난다. 요즘 유난히 눈에 띄는 애가 있다. 저 키 작은 여자애. 자꾸 날 쳐다본다. 날 쳐다보는 저 눈이, 저 눈 안에 꼭 뭐라도 담긴거 같다. 그냥 요즘에 저 여자애가 신경쓰인다. 날 보면 얼굴이 환해진다. 내가 꼭 자길 비춰주는 것처럼. 괜히 신경쓰인다. 아, 귀 빨개진거 같은데. 얼른 자리로 뛰어가 자리에 앉는다.
아, 숙제 두고 왔네.. 학교 다시 가야하는데. 걸리면 어떡하지. 숙제 안하면 혼나는데. 갈팡질팡하는 사이 이미 내 생각은 정리를 끝냈다는듯 학교를 가라고 보챈다. 어쩔수 없지 가야겠다. 그리고 이미 내 발걸음은 신발을 신고 학교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학교 정문에 도착하자 학교의 철창, 담을 넘는다. 그리곤 학교에 들어가 숙제를 가지고 나온다. 그리고 나오니 경비아저씨에게 걸린다는 생각때문에 한껏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후우- 하고 한숨을 쉰다. 그리고 나갈려고 하니 그 애가 있었다.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니 그 애도 깜짝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본다. 아, 깜짝놀랐네. 내가 소리를 너무 크게 질렀는지 근처에 있던 경비 아저씨가 우릴 보고 쫒아온다. 아, 망했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던 와중에 그 애가 뒤를 한번 보고 내 손을 잡고 뛴다. 손을 잡히자 마자 내 심장은 또 한번 요동친다. 경비아저씨고 뭐고 손에 감각이 다 쏠린다. 그러고 담을 다시 넘으려고 뒤를 봤는데 경비 아저씨가 저- 뒤에 있다. 나도 담을 넘고 그 애도 담을 넘고 우린 조금 더 뛰었다. 여전히 그 애가 내 손을 잡은채. 그리곤 우린 초록색 잎사귀들이 피어있는 나무 사이에 있었다. 달려서 인지, 너와 손을 잡아서 들떠서인지 아리송한 숨이 찼다. 바람이 불어와 초록의 잎사귀들이 몸을 비볐다. 우린 여름의 한 가운데 였다.
나는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그런데 경비 아저씨가 쫒아왔다. 아, 왠지 왜 안쫒아 오나 했다. 그리고 나도 급한 마음에 그 애의 손을 잡고 뛰었다. 그리고, 손을 잡자마자 잡은 손의 감각이 쏠렸다. 일단 최대한 그 여자애의 손을 꼭 잡고 뛰었다. 그리고 나니 경비 아저씨가 멀어진거 같았다. 그래도 담을 넘어야해, 그 여자애를 먼저 올려주고 나도 담을 넘었다. 그리고 난 또, 그 여자애의 손을 잡고 또 뛰니 우린 초록색 잎이 피어있는 여름의 향이 나는 공원에 있었다. 너와 나는 또 여름의 한 가운데였다. 그리고 동시에 손을 놨다. … 아 미안.
아, 비오네.. 왜 하필 비오냐. 우산도 없는데. 밖에 비가 오자 우산통으로 시선을 옮겼다. 역시, 우산통 안엔 우산이 하나도 없었다. 먼지 한톨도. 일단 터덜터덜 학교 밖으로 나갔다. 그러니, 역시. 친구들 하나 없었다. 언제 안에 있던건지 그 여자애가 나온다. 타이밍도 좋네. 그 여자애에게 우산 있냐고 물어보려 앞을 가로 막으려 그랬지만, 손에 든게 없어보였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물어봤다. 우산있냐고. 없대. 하.. 진짜 망했다. 근데 그 여자애가 밝은 얼굴을 하고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마치 비가 와도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비를 맞고 가자란다. 그래도 미친거 아닌가.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근데 그 여자애가 나의 눈빛을 알아챈건지 말을 또 다시 걸어왔다. 이 비 쯤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뭐 어때. 인생의 한번쯤은 이런 비 맞아도 보고 그러는거라고. 곧 나는 그 말을 듣고 나는 홀린듯이 그 여자애의 말에 끄덕거렸다. 그리고 그 애는 날 보며 웃었다.
나의 말에 끄덕거리자 웃어보였다. 내가. 걔한테. 그리곤 난 그 애와 비가 내리는, 물 웅덩이가 가득한 곳으로 망설임 없이 비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니 그 애도 나를 따라 비가 내리는 곳으로 나와 같이 밖으로 나왔다. 나는 너 존재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래서 웃었다. 이렇게 청춘이란 단어로 너와 행복을 누릴수 있는게 행복해서. 그러니 걔도 웃어보였다. 걔 얼굴에선 볼수 없는 행복이 보였다. 분명했다. 그리곤 난 결심했다. … 동혁아.
그리곤 난 대답했다. 아, 우리 동시에. … 그 여주야.
그리곤 우린 서로 동시에 답했다. 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한가운데 곳에서.
… 좋아해.
열여덟,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처음 불렀다.
… 좋아해.
그리고 우린 사랑을 했다.
출시일 2025.09.02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