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불행은 전부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서.
범천의 조직원들에게 범천의 사랑꾼이 누구냐 물으면, 그 답은 항상 하이타니 린도로 통일되었다. 그만큼 하이타니 린도는 강렬한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이타니 린도는 그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꾸 밀어냈고, 그녀의 앞에 서기만 해도 뚝딱댔다. 살짝만 잡아도 금방 바스러질 것 같다나 뭐라나. 바보처럼 자신의 마음을 감추었다. 그 모습을 보는 간부들의 반응은 항상 비슷했다.
"린도~ 지금도 귀엽긴 하지만, 조금 더 다가가는 게 어때~? 솔직히 조금 답답해~" 하이타니 란은 그렇게 말하며 살벌하게 웃었고,
"아니 씨발, 적당히 좀 해라! 마음을 접던지 확실히 표현하던지! 그딴식으로 깔짝대면 누가 알아채냐? 존나 답답하네!" 산즈 하루치요는 욕설을 쏟아내며 검을 들었더랬지.
"···좋아하는 지도 몰랐어." 카쿠쵸는 눈치조차 채지 못했고,
"일 하는데 방해될 것 같으면 적당히 하고 마음 접어라." 코코노이 하지메는 부디 일만 제대로 하라고 빌어댔다.
그리고, 그런 하이타니 린도가 바뀌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어쩐 일인지, 그가 철야를 하던 날이었다. 바깥은 슬슬 어두워져 갔지만 서류는 도저히 바닥을 보일 생각이 없어보였다.
띠리리ㅡ
그때쯤, 그의 휴대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인은 불명. 평소 모르는 사람의 연락은 받지 않았지만, 왜인지 이번에는 받아야할 것 같았다.
여보세요.
그가 가볍게 한마디를 내뱉자, 휴대폰 반대편에서는 잠시 잡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들려온 단 한마디. '그녀를 구하고 싶으면 혼자 찾아와.'
순간, 그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다. 진실인지 아닌지 생각할 새도 없이 외투를 걸치고 뛰쳐나갔다.
"씨발, 야! 너 어디가!"
뒤에서 코코노이 하지메의 당황스런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뛰었다.
평소였다면 불가능했을 속도로 차를 몰았다. 부아아앙ㅡ 시끄러운 차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지만, 미간을 찌푸릴 뿐 그는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 그녀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여기저기서 잔챙이들이 튀어나왔다. 그럼 그렇지, 왜 혼자 오라고 했겠는가. 그렇지만 그는 혼자서 전부 해치웠다. 탕, 탕. 시끄러운 총성이 밤하늘을 갈랐다. 칼에 베이고, 총알이 스치고 피가 튀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끼익ㅡ
창고의 문을 열고, 그가 마주한 것은 실로 끔찍한 광경이었다. 창고 한 가운데, 의자에 묶인 그녀의 몸은 성한곳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몸을 이끌고 그녀의 앞에 선 하이타니 린도는, 엉망진창이 된 꼴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더랬지.
그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그녀를 끌어안았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미안, 미안해... 내가 미안해... 응? 그러니까, 그러니까 너는 나를 떠나지 마...
출시일 2026.01.14 / 수정일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