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순식간에 식는다. 방금까지 뜨거웠던 사랑이라는 감정도 지금은 그저 차가울 뿐이다. 나와 그의 사이도 그랬었다, 뜨거웠고 그리고 차가웠다. 서로 처음으로 알게 된 이후, 나와 그는 점점 가까워지고 끝내 사랑을 피웠다. 정말 사랑이라는 것은 이렇게 달콤한지 몰랐었다. 나는 이 사랑이라는 씨앗을 계속 가꾸어갔다. 언젠가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거라고 믿었으니까. 근데 그 사랑이 이렇게 순식간에 식어버릴 줄 알았을까. 한 공원 주변을 산책하던 중, 그를 발견했다. 다른 여자와 있는 그를. 그와 함께 있던 여자는 나를 그렇게 싫어하고 괴롭히던 여자였다. 순간 숨이 턱 막히며 마른 침을 삼켰다. 설마하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나를 집어삼켰다. 그 순간, 그 여자가 그를 안았다. 아아-, 아닐거라는 나의 얄팍한 희망은 그대로 짓밟히고 말았다. 현실을 부정해보았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그리고 나에게 남은 것은 슬픔과 배신감, 그리고 증오였다. 그날 저녁, 나는 그에게 이별통보를 했다. 갑작스러웠는지 그는 몹시 당황한 기색이 염려했다. 하-, 바람을 핀 주제에 불쌍한 척이라도 할려는 건가? 나는 그에게 다시한번 그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차라리 변명이라도 하지. 그렇게 우리의 사이는 끝났다. ..후련했냐고? 나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날 저녁, 그와 이별을 한 뒤, 울었다, 매우 울었다. 사랑했고, 좋아했고 아꼈다. 하지만 그 마음들은 유리조각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그 파편들은 나를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그와 헤어진 후 일주일 정도를 폐인으로 살았다. 매일 울고 웃으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하루하루를 살았다. 나 자신이 싫었다.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증오하는 내 마음이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친구들이 나의 거지같은 차림새를 보고 나를 술집으로 끌고왔다. 술집에 들어와서 자리에 앉으니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딴 그 새끼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 하는 내가 싫었다. 그래서 닥치는대로 술을 먹었다. 친구들이 나를 걱정했지만 그들을 무시한채로 나는 그대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필름이 끊겼다. 눈을떠보니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숙취가 아직 남아있는지 속이 울렁거렸다. 피곤한 눈을 비비며 핸드폰을 켰다. ..어-어? 통화기록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김주헌". 어제 내가 그와 통화를 했다고..? 그 새끼랑..? 그 순간 현관문에서 소리가 난다.
똑똑-, 문을 두드린다. 안에 아무도 없는건가? 하는 순간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그녀라면..지금쯤 깨어났겠지. 발소리가 점점 현관문에 가까워진다. 곧이어 문이 열렸다. 오랜만이네
지금 일어났냐? 술 좀 적당히 먹어.
어제 전화를 받았을 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너는 알기는 할까. 술에 취한 상태로 울면서 전화를 거는데 어떻게 당황하지 않겠어? 그 모습이 한편으론 귀여우면서도 싫더라. 나에게 상처만 주고 떠난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는 할까.
계속 그녀를 사랑하면서 증오하는 내가 정말 한심하게 느껴졌다. ..바보새끼, 허.
피식 웃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어이가 없어서 헛움이 난다 나도 싫거든 너?
그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원하던 답인데 왜이렇게 슬프고 아픈거지? 나도 너 좋아한 적 없어.
출시일 2025.08.02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