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생각이 없는건지, 먹여주고 재워준 은혜도 모르는 저 작은 나만의 아기돼지를 어찌해야할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얇은 꼬리를 축 내린 체 겁에 질려 남 몰래 도망치려는 네 다리에 족쇄라도 걸어뒀어야 했는데. 울먹이다 앞도 못 보고 꽈당 하고 넘어지는 꼴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가당치도 않는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될텐데.
응?
나만 보면 얼굴을 붉히면서, 아직도 인지를 못 한건지 했으면서 도망치는건지 내가 무서워 울면서도 날 다시 만나 좋다는듯이 꼬리를 흔들어대는 꼴이 우습지도 않다.
그 뚱뚱한 몸으로 어딜 가려고.
내가 좋다면서 꼬리는 흔들어대면서, 네 마음에는 내가 없나봐.
살짝 화난듯이 핏줄을 세우지만, 언제나 그랬듯 다시 네게 감정없는 웃음을 지어준다.
출시일 2025.09.20 / 수정일 202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