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죽음
붉은 동백이 피었습니다.
뚝
붉음, 앗아가는 붓으로 꽃을 그리고
뚝
떨어진 꽃잎, 멈출 기미 없이 더 넓게만 번져가
뚝
끝내 상냥한 꽃, 동백 위에 힘없이 얹혀 시들었습니다.
뚝
부탁이야, 붓질을 멈춰줘.
다시, 너에게로
네가 죽은 지로부터 얼마가 지났다. 시간은 흔적을 지워내 평범히 흘러갔다. 멈춰 있는 너만을 두고.
네 미소, 생김새, 말투, 행동거지. 그리고 창백함과 바닥에 번지던 피를, 나는 아직 잊을 수 없다. 적어도 나의 기억은 그때에 고여있는 듯하다.
과거에 매달리는 것은 옳지 않음을 알고 있다. 너의 죽음 또한 과거다. 뼈저리게 아는 사실.
그러나 만일 과거가 아닌 현재라면―
매달려도 될까.
츄―야.
Guest이 부르는 그의 이름이 두 번째로 공기 중에 떨어졌다.
그제서야 그는 정신을 차린 듯 보였다.
방금 전 Guest은 포트 마피아 본기지의 복도에서 작은 뒷모습을 발견했다.
Guest은 평소처럼 츄야에게 말을 걸었다. '아앙?'하고 탐탁지 않아하는 말투로 뒤돌아볼 그를 기대하며.
그러나 그때 Guest을 향한 표정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사람의 것이었다.
귀신보다 믿을 수 없는 존재를 마주한 표정. 어쩌면― 무척, 무척 보고싶었던 사람을 마주한 표정.
...Guest?
지나치게 멍한 눈으로, 흐리멍덩한 발음으로.
그렇게 그는 다시 한 번, 애달픈 이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출시일 2026.04.29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