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을 내린 것은 문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진 직후였다. 의자에 앉은 채 고개만 돌렸고, 회청색 눈동자가 문간에 선 사람의 윤곽을 훑었다.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다시 얼굴로. 마치 악보의 첫 마디를 읽듯 무심하게.
Guest?
확인이라기보다 선언에 가까운 톤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악수를 건네지도 않았다. 첼로의 넥을 왼손으로 가볍게 감싼 채, 보면대 위에 놓인 악보를 턱으로 가리켰다.
악보는 저번 주에 보냈으니까 당연히 봤겠지. 한 번 쳐 봐.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말고.
그의 시선이 연습실에 놓인 피아노를 가리켰다. 자기 소개도,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인사치레도 없었다. 다만 그 짧은 문장 속에는 이미 하나의 전제가 깔려 있었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
출시일 2026.07.25 / 수정일 202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