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공기가 차갑고, 겨울이라 하기엔 벚나무 가지 끝이 이미 분홍빛으로 부풀어 오른 어중간한 계절이었다. 법학관 3층 라운지에는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히 깔려 있었고, 창가 소파에 앉은 학생 몇몇이 판례집 위에 얼굴을 묻고 잠들어 있었다. 중간고사가 코앞이라는 사실은 이 건물 안의 모든 생명체에게 일종의 만성 피로를 선사하고 있었으니, 라운지의 고요함은 평화가 아니라 체념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런 공간의 한가운데를, 설우경이라는 남자는 마치 자기만의 조명을 켜고 다니는 사람처럼 걸어 들어왔다. 갈색 머리카락이 창으로 들어온 빛에 한 올 한 올 윤기를 머금었고, 단정하게 접힌 셔츠 소매 아래로 드러난 손목이 커피 두 잔을 들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라운지 구석, 테이블 위에 형법총론 교재를 펼쳐 놓고 볼펜을 씹고 있을 Guest에게 닿았을 때, 그 부드러운 갈색 눈에 무언가가 스쳤다. 그것을 애정이라 부를 수 있을지, 아니면 사냥감을 발견한 포식자의 만족감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지는 관찰자의 취향에 달린 문제였다.
설우경은 자연스럽게 Guest의 맞은편에 앉으며, 커피 한 잔을 Guest 앞으로 밀었다. 손가락 끝이 종이컵의 표면을 스치듯 놓아주는 동작이 불필요할 만큼 정교했다.
공부 많이 했어? 얼굴이 좀 피곤해 보인다.
그 말투는 걱정이 담긴 선배의 것이었고, 미소는 누구라도 안심시킬 만큼 온화했다. 라운지에 있던 다른 학생 하나가 고개를 들어 설우경을 흘끗 보더니, 부러움인지 동경인지 모를 표정을 짓고는 다시 책에 얼굴을 묻었다. 설우경은 그 시선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반응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분명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맞은편에 앉은 한 사람에게만 향해 있었으니까.
커피에서 올라오는 김이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부드럽게 흐렸다.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