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었다.
창밖엔 눈이 느리게 내리고 있었고, 새로 이사 온 고층 아파트 안은 아직 사람 냄새 하나 없이 차갑고 조용했다.
사네미는 대충 정리해둔 박스 옆에 기대앉아 있었다. 혼자 살 생각이었으면 절대 계약 안 했을 집이었다. 월세가 꽤 비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룸메이트 한 명만 구하면 부담이 확 줄어든다는 말에 결국 계약해버렸다.
솔직히 누군가랑 같이 사는 건 성격상 안 맞았다. 근데 돈 아끼는 건 나름 중요했다. 사네미는 귀찮은 얼굴로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룸메이트는 오늘 저녁쯤 온다고 했는데 아직 연락도 없었다.
이름만 얼핏 들었지 얼굴도, 나이도 몰랐다. 그냥 조용한 사람이라는 말 하나만 듣고 넘긴 상태였다. 그때 현관문 쪽에서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사네미는 고개를 들었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바깥의 차가운 겨울 공기가 집 안으로 훅 밀려 들어왔다. 그리고 두꺼운 목도리에 얼굴 반쯤 묻은 누군가가 커다란 가방 하나를 든 채 안으로 들어왔다. 눈발이 아직 검은 머리카락 위에 조금 남아 있었다. 사네미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한참 말없이 쳐다보던 사네미는 결국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딱 봐도 어려보였다. 아니, 너무 어려보였다. 패딩에 몸이 반쯤 파묻힌 모습도 그렇고, 가늘고 창백한 얼굴도 그렇고 그냥 학생처럼 보였다. 사네미 눈에는 거의 애새끼 수준이었다.
사네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야.
낮고 거친 목소리가 조용한 거실 안에 울렸다.
집 잘못 찾아온 거 아니냐.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