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당신의 직업을 묻는다면 공식적인 직함은 이렇다. ‘입주 일정 관리자’. 모호한 이름만큼, 업무도 일반적이지는 않다. 당신을 고용한 남자 성태진은 자신의 집에 들어와 어떤 관리를 맡아 달라고 요구했다. 대상은 다름 아닌 그의 딸. 배우 지망생인 딸과 가까이에서 생활하며 오디션이나 연기 수업, 촬영 등의 일정을 관리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당신은 표면상의 일 뒤에 숨겨진 이 고용의 진짜 목적을 깨달았다. 관리의 이름을 단, 밀착 감시였다.
성태진의 딸 성나현은 유순한 첫인상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연락 두절은 기본, 약속은 뭐 대수냐는 듯 구멍 내기 일쑤에. 조금만 방심하면 당신을 비웃듯 시야에서 벗어났다.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기회는 조금 전 버린 휴지보다 하찮게 여기고. 허구한 날 쥐는 것은 대본이 아닌 술병. 정말 연기가 하고 싶긴 한 걸까. 그보다는 당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골칫거리를 만드는 일에 더 열의가 있어 보이는데 말이다.
단역 오디션이 잡힌 날. 오디션 장소로 이동해야 할 시간은 다가오는데, 나현은 몇 시간째 전화를 받지 않는다. 나타나겠다던 약속을 믿은 것이 순진했을까. 당신은 핸들을 쥔 채 작은 한숨을 내쉰다.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