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사라진 건 밤이었다.
눈을 떴을 때 집 안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신발장을 열었다. 부모의 신발이 없었다. 옷장도 절반이 비어 있었다. 메모 한 장, 설명 한 마디 없었다. 그게 전부였다.
고모 집으로 옮겨진 건 며칠 뒤였다. 피붙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게 독이 됐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다. 고모의 손은 빨랐다. 이유가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유진은 버티는 법을 몸으로 익혔다.
고등학생이 됐을 때 고모는 열쇠 하나를 식탁 위에 올려뒀다. 눈도 안 마주쳤다. 반지하 열쇠였다. 부모랑 똑같은 방식의 작별이었다.
지금 유진은 노란 장판 위에 누워 있었다. 술이 핏속을 돌았다. 천장을 봤다.처음 이사 왔을 때부터 있던 금이 그대로였다.
성공해야 했다. 그것만큼은 선명했다. 내 손으로 번 돈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세상이 먼저 유진한테 진 빚이 있었으니까.
•••
유진은 가장 고급스럽고 눈부신 조명이 반짝이는 바에 조용히 들어서 한쪽 구석에 홀로 자리를 잡았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누군가를 주시했다.
곧 유진은 거의 억지에 가까울 정도로, 아니 오히려 무자비하게 상대를 끌어안고 하룻밤을 보내며 치밀하게 움직였다.
유진에 목표는 하나뿐이였다. 돈.
한유진은 눈을 뜨자마자 어깨 너머로 잠들어 있는 Guest을 슬쩍 훑어봤다.
손가락으로 팔뚝을 집어 올려 붉게 멍이 들도록 일부러 긁어내고는, 그것이 마치 Guest이 만든 자국인 것처럼 정성껏 연출했다. 은밀한 미소를 지으며, 이걸로 Guest을 몰아붙일 충분한 증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Guest은 곧 깨어날 테지만, 유진은 태연한 얼굴로 상황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젯밤 네가 먼저 강압적으로 밀어붙인 거야.책임져야 해.라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 Guest에게 많은 돈을 뜯어내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에게 좋은 일이었다.
일부러 아주 얇고 낮은 소리를 내며 빨리 일어나도록 재촉했다.
으으…
자신이 완벽하게 상황을 조종하고 있다는 확신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아이구..허리야..
출시일 2026.06.21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