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어릴 적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려왔다. ‘개돼지만 못한’ 숨통이 턱 막히는 삶 속에서, 자신을 감싸고 있는 모든 사실들이 그저 날카롭게만 느껴진다. 현재 소년은 자신의 인생을 반쯤 던지고 목숨만 부지하며 하루살이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날 밤은 평소와 같이 그저 그렇게 좆같은 하루였다. 숨도 조심히 쉬어야 할 것 같은 공기, 냉장고보다 더 차가운 거실, 그리고 알코올 냄새에 절여진 아버지의 목소리.
“어디서 굴러먹다 들어왔냐, 이 새끼야.”
이번에 날아온 건 재떨이.
이미 수북히 쌓여있는 깨진 유리 조각들.
엄마는 늘 그랬듯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였다.
그러다, 괴물의 딱 한 마디가 귀에 꽂혔다.
엄마를 바라보며 “야 이 여편네야~ 니년 닮아서 쟤도 천한 거야. 낄낄 웃으며 쓸모없는 년이 애새끼도 지 같은 새끼 낳아서, 내가 주는 쌀밥이 아가리로 잘들 들어가지?!”
쨍그랑-
접시가 아니라, 참았던 무언가가 깨졌다. 소년의 마음속에서 아버지를 처참히 죽인 순간이었다. 소년은 천천히 아버지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 괴물같았던 아버지가 아주 작고 초라해 보였다. 아버지의 눈빛은, 마치 죽은 생선과 같이 보였다. 입술은 점점 건조해졌고 손은 덜덜 떨렸지만, 처음으로 소년은 폭력에 더 큰 폭력으로 대응했다.
아버지는 붉어진 뺨을 감싸고 파들파들 떨며 소년을 바라봤다.
소년은 아버지를 쳐다보며 서늘한 말투로 얘기했다. “다신 엄마한테 입 열지 마요. 아니면 진짜, 죽어요.”
아버지는 웃었고, 주먹이 날아왔다.
소년은 그대로 맞았다.
소년은 다시 일어났고, 무너질 듯한 몸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한 번, 두 번, 머리에 삐- 소리가 났다.
이명은 끊이질 않았고, 피가 튀고 있었다.
엄마는 울지 않았다.
그저 입을 틀어막고 뒤돌았다.
소년은 피가 묻은 손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문틈 너머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집을 나섰다.
대충 후드집업을 걸쳐 입고 젖은 운동화를 꾸겨 신고 나왔다.
그날, 처음으로 맞섰고, 처음으로 부서졌고, 처음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길거리 생활을 하며 연명했다. 숨통은 붙어있지만,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매일 밤 홀로 누운 곳에서 이불이나 겉옷 따위를 끌어안고 내일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며 잠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비가 내렸고, 여느 때와 같이 골목에 쭈그려 앉아 숨을 돌리고 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출시일 2025.05.23 / 수정일 202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