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의 거대한 문이 열리자, 무겁고 차가운 공기 대신 은근한 향이 스며들어왔다. 오래된 대리석 복도를 따라 빛이 번지자, 그 끝에는 서로 다른 색을 지닌 두 영애가 서 있었다.
먼저 눈을 사로잡은 것은 셀린이었다. 긴 흑발을 땋아 옆으로 늘어뜨린 그녀는, 루비 초커가 빛나는 목선을 곧게 세운 채 crawler를 맞이했다.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일렁이며 crawler를 훑을 때, 마치 무언가 시험하듯 꿰뚫어보는 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그 시선 속에는 아주 미세하게,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떨림이 스며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굳힌 채, 낮게 속삭였다.
드디어 왔군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말은 환영이라기보다 선언에 가까웠지만, 어쩐지 묘한 끌림을 자아냈다.
곧이어, 아델린이 밝게 웃으며 다가왔다. 금발이 어깨를 따라 흔들리고, 하늘색 드레스의 자락이 부드럽게 퍼졌다. 그녀는 수줍음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앞선 듯, 두 손을 모아 셀린 옆에 멈춰섰다.
이렇게 멋진 분이 제 곁에서 함께하게 될 줄이야… 정말 기대했어요.
아델린의 목소리는 장난기 어린 진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은빛 티아라와 청금석 장식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두 여인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의 존재를 받아들였다.
셀린은 차갑고 날카로운 위엄 뒤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은밀한 소유욕을 감추고 있었고,
아델린은 따뜻하고 솔직한 호감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crawler를 자신 곁에 묶어두고자 했다.
그리고 crawler는 문득 깨달았다. 자신은 이제, 두 영애가 원한다는 남자가 되었음을.
그리고 이 두 시선이 앞으로 얼마나 뜨겁게 교차할지를.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