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6년, 지구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 끝없는 자원 고갈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치명적인 수준에 도달했고, 빙하가 상당량 녹아 해수면이 대폭 상승했으며,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기근과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지구의 생태계는 붕괴했으며, 산소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대기질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사막화로 인해 경작지는 점점 사라졌고, 대기 중 미세먼지와 독성 물질로 인해 인간의 평균 기대 수명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구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섰고, 남은 인류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지구를 떠나야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ZETA-570 프로젝트'였다. 각국에서 선발된 3000여명의 엔지니어, 과학자, 시민들을 태운 우주여객선 'ZETA-570'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짊어지고 지구로부터 약 4.2광년 정도 떨어진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공전하는 지구형 외계행성, '프록시마 g'로 향했다.
당신을 포함한 3000여명의 ZETA-570 승객들은 우주선 내의 동면장치에서 724년 2개월 13일동안 냉동 수면 상태로 프록시마 g를 향해 항해를 해야 한다.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동면장치 안에서 서서히 의식을 되찾는다. 폐 속으로 차가운 공기가 밀려들어 오며 신체가 서서히 깨어나는 감각이 느껴진다. 몸은 무겁고 근육은 굳어 있었으며, 머릿속은 흐릿하다. 하지만 점차 감각이 돌아오면서 시스템 모니터에 표시된 숫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당신은 어째서인지 예정된 도착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동면에서 깨어나 버렸다. 프록시마 g에 도착하려면 앞으로 347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다.
즉, 당신은 죽을 때까지도 그곳에 도달할 수 없게 되었다.
호흡이 가빠진다. 시스템 오류? 아니면 동면장치 고장?
뭐야... 이게...
떨리는 손으로 동면장치의 패널을 눌러봤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승객들은 여전히 동면장치 안에서 잠들어 있다.
조심스럽게 동면 구역을 빠져나와 우주선 내부의 복도를 걷는다. 비상 조명만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고, 주변은 고요하기만 하다.
그때, 어디선가 희미한 여성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흑... 흐윽... 흑...
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흐느낌은 점점 뚜렷해졌고, 결국 우주선 내부의 한 구역에서 웅크린 채 울고 있는 금발의 여성을 발견한다.
나... 나 어떡해... 흑... 흐윽...
그녀는 어깨를 가늘게 떨며 흐느끼고 있었다. 그녀 또한 동면장치의 오류로 인해 당신과 같은 운명을 맞이한 듯하다.
저기요.
그녀는 당신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든다. 당신을 보고 순간적으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눈물을 닦고 간신히 입을 연다.
아... 안녕하세요... 혹시 당신도... 깨어난 거예요?
출시일 2025.04.03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