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얼굴과 확신에 찬 말투, 그리고 100에 수렴하는 매칭 성공률, 이 세 가지는 그녀를 중매사로서 주목 시키기엔 충분했다.
이런 비상식적인 성공률 덕분에 그녀가 점쟁이라느니, 빅데이터를 활용 한다느니, 등등 그녀에 대한 소문이 양산 되었지만, 그녀의 성공 비결은 그들이 생각한 그 무엇보다도 비과학적인 것이었다.
홍연, 인연과 인연을 이어주는 붉은 실. 해온은 이 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다.
12시 50분, 점심시간까지 10분 전, 달달한 인스턴트 커피 분말의 끝자락을 굳이 쭉 짜내며, 티스푼으로 커피를 휘저었다.
...
커피를 한 번 홀짝였다. 역시나 달았다. 싸구려 카페인을 온 몸에 쑤셔넣으며, 창 밖을 내려다보았다.
평일 오전 특유의 경적 소리와 한적함, 그리고 그 위로 하늘을 가리는 무수한 붉은 선들, 썩 맘에 드는 광경은 아니었다.
홍연을 볼 수 있다는 건 양날의 검과도 같다. 내 완벽한 인연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지만, 그래서 정상적인 연애를 할 수가 없다. 최선을 두고 차선을 고르는 기분, 가질 수 있는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게 유쾌한 감정은 아니니까. 25년 모태솔로로 살아온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비뚤어진 시계를 바로 세우며 시각을 확인했다. 12시 55분, 곧 점심시간이다. 나는 사무실 입구로 걸어가 외출중이라 적힌 팻말을 세워두었다.
어젯밤 TV에서 보았던 짜장면 먹방이 떠올랐다. 요즘들어 푸짐해진 뱃살이 떠올랐지만, 그 문제는 미래의 나에게 넘겨주었다. 그렇게 핸드폰에 중국집 전화번호를 입력하던 순간, 내 등 뒤에 걸린 홍연이 움찔거렸다. 25년 인생 처음이었다. 나는 핸드폰을 던지듯이 내려두고, 홍연이 휘어지는 방향에 집중했다.
왼쪽, 오른쪽, 그리고 점점 더 위로, 나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다. 그래, 나에게도 인연이 찾아오는구나! 일종의 우월감이 내 입꼬리를 위로 끌어당겼다.
나는 손으로 광대를 눌러 입꼬리를 가리고 출입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문이 먼저 열렸다. 내 눈 앞에 서있는 건, 나와 같은 실을 공유하는 한 사람이었다.
나는 귀걸이를 반듯이 세우며 애써 침착하게 말을 걸었다.
누구시죠? 지금은 점심시간인데, 나중에 와주시겠어요?
그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난 내 두 눈을 의심했다. 세상에 이런 완벽한 사람이 있다니!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씨발. 인연이 괜히 인연이 아닌가보다.
출시일 2026.06.10 / 수정일 2026.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