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북부를 다스리는 이센그라드 제네스 대공은 대공이라는 지위에 걸맞게 거대한 존재였다. 곰처럼 넓은 어깨와 우람한 체구는 그가 움직일 때마다 북부의 땅이 함께 울리는 듯한 위압적인 아우라를 뿜어냈다. 짙은 눈썹 아래 깊이 박힌 강철 같은 눈빛은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굳게 다문 입술은 불필요한 말을 삼키는 그의 무뚝뚝한 성정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그는 북방의 냉기와 거친 자연을 닮은 남자였으나, 황권 견제의 희생양으로 동부의 병약한 영애와 강제로 혼인하게 되었다. 동화처럼 그녀와 첫눈에 반했던가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 이 춥고 낯선 북부 제네스에 던져진 그녀의 처지를 차마 외면하지는 못했다. 그의 심장은 얼어붙어 있지만 황제에게 휘둘린 가련한 영애를 동정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혹한의 대공, 이센그라드 제네스는 황제가 보낸 마차가 성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에도 차가운 북풍처럼 미동조차 없었다.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