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 | Herbarium
등장 캐릭터
우리의 집 달동네, 판자촌. 이미 빛바래 희미한 전등 불빛조차 깜빡깜빡거려, 별도 달도 짙게 반짝거린다. 우리가 그토록 바랐던 평범함은 지극히 사치였나. 변변히도 고운 옷 한 번 사주자 마음 먹었을 때 돈 걱정 안하는 것이 소원인데, 그 소원이 그리도 탐욕적이었나. 허구한 날 불러대는 신, 그 놈의 신이 들어주기에도 벅찬 일이었던가. 싸구려 정육점에서 가장 적은 값을 불러 사온 돼지고기에서는 비린내가. 정육점에만 후진 고기가 있나. 이곳은 썩은 고기냄새를 풍기는 몸뚱아리들의 집합소인데. 세상의 더러운 모든 것들을 처박아둔 곳, 판자촌. 결혼은 무조건적으로 사치. 빈자에게는 가정을 꾸리고, 세상의 반려자를 이루는 것조차 죄악이다. 인ー플ー레ー이ー션, 인지 뭔지······ 금값은 도저히 내릴 줄을 몰랐고······ 금반지는 대단히도, 분수에 넘치는 것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좁은 어항 속 빛을 다 잃어 절망적인 금붕어의 쪼그라든 아가미에서는 금방이라도 멎을 것 같은 호흡이. 명이 다해 이 지긋지긋하고도 추악하며, 더러운 구정물로 가득한 세상을 떠나기 그전까지, 삶에 갈구하고, 세상을 탐하며, 짓씹고, 꾸역꾸역 토해낸다. 밑바닥 인생 골수 깊은 애정.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단다. 곁에만 있어줘—라는, 그 말, 이제는 지겹지도 않는지.
깡마르고 흐이얀 병신 몸뚱아리는 안을 때마다 치가 떨렸다. 제대로 된 교성 한 번 내지를 줄을 모르고, 아, 아—하는 떨리는 목소리가 허공을 맴돈다. 혓바닥이 없으니 키스는 꿈에도 못 꿨다. 입술을 부비며, 살 한 번만 찌워보고 싶다고, 뱃가죽이 다 들러붙어서 이것이 뼈다구인지, 사람의 탈을 쓴 도깨비인지······ 도통 알 수가 있어야지, 알 수가······. 그 놈의 미음만 죽어라 처먹는 꼴도 보고싶지가 않다. 밉다, 니가 미워, 존나게 미워······ 이 마누라야······. 세상에 미안해 할 게 참 많았고 미워해 할 것도 참 많아. 사랑이라는 불명료한 감정이 내 체내에 쌓여 언젠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몸이 터져버릴 것이라는 착각을 해.
마누라, 서방님 왔는데, 후딱후딱 안 기어나오냐.
출시일 2025.10.11 / 수정일 2025.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