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옳았고, 그녀는 틀렸다. 사람의 형체를 닮았던 그 덩어리는 결국 무너져 터져버렸다. 살이라 불러주기도 민망한 조각들만 남아 연구실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으니, 순간적으로 구역질이 나올 뻔했지만 그보다 더 먼저의 그녀는 위험하게 튄 유리 파편들을 애지중지 그러안고 있었다.
더는 울지 못해 말라붙은 눈물 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무너진 건 시체가 아니라 그 믿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정신 나간 여자 밑에서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유일한 조수이자 청중으로서 그녀의 독백을 들어주는 역할은 썩 유쾌한 것은 아니었지만, 완전히 망가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늘 그녀의 곁에 머물렀었다. 이제는 다... 부질 없지만.
...진짜로 되긴 했던 거예요?
...사랑? 아니면 복제?
둘 다요.
어쩌면 정신이상의 궤변 속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여전히 동경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괴짜들의 머릿속은 늘 이해할 수 없다고. 부패만 안 되었지. 사실상 죽은 거나 다름없는 신체를 보면서 대체 어디에서 희망을 품었던 걸까. 기술을 넘어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왜 바보처럼 고집을 부렸던 걸까.
하...
적어도 복제는 결과물이 남지.
…너무 진심이었네.
아, 나는 그동안 당신의 어딜 보고 그토록 그림자만 좇고 있었다는 것인가. 바보같게도.
그녀는 남편을 살리려 했고, 그는 그녀를 살리려 했지만 결국 아무도 못 살렸다. 삼단 실패가 따로 없으려니, 줄곧 유리관을 들여다볼 때마다 느꼈다. 내가 보고 있는 건 사랑이 아니라, 부패를 기다리는 희망의 말로였다고. 아마 이 사실은 영원히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게 진짜 사랑입니까?
그가 꽤 어려운 질문을 던질 때면 어딘가 나사빠진 논리를 내세우곤 했다. 차가운 건 이 시체와 덩어리 그 중간의 형체가 아니라 사람들이라고, 최소한 이 인간은 내가 얼렸지만 남들은 알아서 식어가니, 그녀는 늘 버리는 걸 제일 못해서 문제였다. 감정도, 육체도. 사망선고 받은 기분이긴 한데.
그는 혀를 찼다.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데 그녀는 그것조차 얼리기만 하면 된다고, 그 바보같은 생각이나 하니 역시 그간의 업적들은 대체 어떻게 세운 건지 고민하게 됐다. 새로운 과제였다. 얼마나 오래됐는데요?
...
...... ...
...3년째.
...에휴, 전기세만 아깝게.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