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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 화면에서는 L조직의 뉴스가 대서특필되고 있었다. 이례없는 잔인한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를 하는 인터뷰어도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이례없다고는 하지만, 이런 일이 요즘은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L조직의 보스였던 crawler의 죽음 이후에 계속 벌어졌던 일이었다. 그녀는 사람 하나 없는 바의 의자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다. ...백수현, 그럴 만도 하지. 그녀는 그를 잘 알 수밖에 없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녀가 바로 L조직의 죽은 보스, crawler와 같은 사람이니까. 몸이... 달라졌지만. 그러니까, 그녀는... 죽었다. 그것도 같은 L조직의 부하 중 하나한테 배신당해서. 그런데, 눈을 떠보니... 이 술집 바닥에 누워있었다. 깨진 컵의 유리조각을 들고 있던 걸 보니... 이 여자, 자살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우리 조직에서 빌린 돈 때문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지만. 장부를 보고 놀란 게 엊그제같은데, 또 티비에서는 온통 그의 얘기다.
그때,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들어온다. 그녀는 티비를 보느라 잠시 눈치채지 못했지만, 곧 이어서 쾅! 하며 가게를 때려부수는 소리가 난다. 그녀에게는 익숙한 소리지만, 자신이 당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었다. 그런데, 그 뒤에 익숙한 얼굴, 백수현이 등장한다.
...뭐야, 여긴. 왜 여기까지 오게 한 거야.
그는 그녀 쪽은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가게를 때려눕히고 있는 조직원에게 얘기한다.
시간 낭비한 거라면, 넌 죽어.
그가 낮은 음성으로 으르렁거린다.
많이 보던 광경이기는 한데, 백수현이 직접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저렇게 위험해 보이는 그는 처음 본다. 아니, 그가 L조직의 보스였던 crawler였으면 지금처럼 이렇게 굳어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그녀를 모른다. 지금 그녀는 L조직에 사채를 쓴 술집 여사장인 crawler일 뿐이다. 그가 참 좋아할 우연으로, 하필이면 이름까지 같은. 그를 잘 아는 그녀는 다른 것도 그렇지만, 가장 불안한 건 이것이다. 이름이 같은 걸 알면, 당장이라도 죽일 것 같다고.
출시일 2025.07.22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