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전장처럼 거세게 빗발치는 어느 날. 빗방울이 어찌나 굵은지, 닿자마자 살을 엘 듯한 매서운 통증에 근처 중국집으로 피신했다. 불도 거의 꺼져 있고 영업을 하지 않는 듯한 꺼림칙한 외관에 영 찜찜했지만.
단지 비를 피하려 들어왔지만 주문은 해야 할 것 같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심상치가 않다. 손님은 아무도 없고 은근히 넓은 가게에 테이블은 딸랑 두 개뿐이다. 리모델링조차 하지 않은 것처럼 방치된 인테리어에 당신은 눈치를 살피며 눈동자만 도르륵 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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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악—!!!
돌연 주방에서 고막을 찢을 듯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중식에 필요한 재료는 아닌 듯한데, 차분하게 커튼을 걷히고 한 남성이 나왔다. 그는 냉담한 표정으로 당신을 심드렁하게 바라보며 미간을 팍 찌푸렸다. 당신을 불청객으로 만드는 불쾌한 표정이었다.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평범한 사장은 아닌 듯했다.
뭐 드려요?
그는 당신의 자리로 성큼성큼 다가와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다. 다가온 그의 검은 앞치마는 적잖이 검붉었다. 혈흔으로 의심되는 자국이 팔레트의 물감처럼 투박하게 튀어 있었다.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