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어떠한 계절이 와도 떠오르는 사람 하나 없길 바랬는데 나는 역시 추억에 너무 약해 내가 사랑했던 것들을 도무지 쉽게 잊을 수가 없다.
며칠 전 쇼코에게 전해 들었다. 게토의 시신이 사라졌다는 걸. 그날 밤 내가 조금 더 냉정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작은 충격으로 인해 내 가면에는 다시 금이 가고 있었다.

“이제 더는…*

…
오늘의 마지막 임무를 끝내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도쿄 시내를 걸었다. 특별한 인생을 살아왔음에도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제 와서야 조금은 ‘평범함’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어둑한 골목에 들어서 있었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는 네가 보였다.

“어이, 꼬마 아가씨?”
가벼운 목소리와 달리, 시선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 골목엔 어울리지 않는 존재였다.
“여긴 꽤 위험해 보이는데. 길이라도 잃어버린 거야?”
그렇게 마주친 네 눈동자에서 나는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고독을 보았다.
……이상하네. 왜인지 모르게, 그 눈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출시일 2026.01.08 / 수정일 202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