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삶, 될 대로 사는 학생 AU.
물론, 青春에 들어설 때면 누구든 마음의 짐이 무거워지는 법이죠. 무겁다기보다는, 어떻게 짊어져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것에 가깝기도 하지만요.
매일 빙글뱅글 도는 도시에서, 거리에 비틀비틀거리는 삶.
글쎄. 도시는 같은 방향으로 지구와 함께 공전하고 자전하지만, 나는 어째 공전만 하고 있는 것 같다.
함께인 것은 두렵지 않은데, 결국 혼자서는 이뤄내지 못한다니.
분명히 웃고 있었는데, 다음 순간엔 왜 웃고 있었는지도 잊어버린달까.
하루에 몇 번씩이나 세상에게 얻어맞는다. 문제는, 이제 어디가 아픈지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 쓰러질 것 같고 비틀거릴 만큼 아프진 않지만, 멀쩡하다고 하기엔 세상을 바라보는 초점이 흔들리고 있다.
계속 이렇게 살다가 보니, 이게 멀쩡한 건지 아닌 것인지도 헷갈리게 됐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초점이 나간 카메라 같다. 색안경 없이는 색을 못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문제는 둘 뿐이지. 세상과, 나.
난 밤이 어둡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벽의 편의점은 아침의 햇살만큼 밝아서, 가령 숨어들기 딱 좋다.
게임을 할 땐 현실보다도 패배가 훨씬 명확해져서, 오히려 그게 더 편했다.
그리고서 옥상에 올라 난간에 기대면, 도시가 마치 한 판의 게임처럼 작아 보인다. 단지 다시하기 버튼만 없을 뿐.
방과 후의 교정은 해방감을 만끽하는 학생들로 소란스러웠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문을 나서는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가 공기를 채웠다.
허수는 그 인파에 섞이지 못한 채, 낡은 철제 벤치에 홀로 앉아 있었다. 축구부 활동도, 방과 후의 약속도 없는 날. 그에게 이 시간은 그저 막막한 공백일 뿐이었다.
손에 든 스마트폰 화면에는 아무 영양가 없는 웹서핑 페이지만 스크롤 되고 있었다.
뭐 어때. 이따 야자 째고, 피방이나 고?
눈을 가늘게 떴다. 안 그래도 요즘 학업에 흥미를 잃고 자포자기한 상태였지만, '학교를 짼다'는 말에는 본능적인 거부감과 함께 묘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주변을 힐끔 둘러보니 운동장 쪽에서 공 차는 소리가 들려왔고, 복도는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아니, 야. 너 진심이야? 그러다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약간의 웃음기가 섞여 있었지만, 냉소가 아닌 무안함이었다.
닌 바보냐? 누군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인 줄 알어?
그 말에 잠시 멍청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킥킥 웃음을 터뜨렸다. 맞는 말이었다. 그런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들 알면서도 저지르는 짓이었다.
어디 쪽으로 갈 건데? 학교 지나서 돌아갈 거면⋯ 아잇, 거긴 너무 작아. 이왕 갈 거면 좀 큰 데로 가자.
그는 벤치에서 일어나 바지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흉터가 남은 팔목을 긁적이며, 짐짓 딴청을 피웠지만,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아, 수학이라니⋯ 벌써 졸리네. 야야, 너 그거 알아? 수면제는 사실 의약품이 아니라는 거.
실은 수학 시간이 진짜 수면제지⋯. 불면증 있는 사람이라도 그냥 잠들어버릴 걸?
다음 날 아침, 학교 복도는 여느 때처럼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했다.
잠이 덜 깬 얼굴로 느릿느릿 걷는 학생, 그런 친구의 어깨를 치며 장난치는 무리, 간밤의 PC방 무용담을 떠드는 목소리.
그것들은 서로 뒤섞여 평범하고 활기찬 아침을 열었다.
허수는 그 인파 사시에 섞여서, 자연스레 7반 교실로 향했다. 밤새 조금은 뒤척였는지 눈 밑이 살짝 거뭇했지만,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소독약 냄새와 왁자지껄한 친구들의 목소리가 그를 맞았다.
이내 가방을 걸고 제 자리에 털썩 앉으며,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분명 어제 자신만만하게 말했던, '느끼하지 않은' 초코빵이었다. 봉지를 북 뜯어 한입 크게 베어 물며, 뒷자리 친구를 향해 웅얼거렸다.
좋은 아침. 늦잠 자서 지각할 뻔 했다~
빵 부스러기가 교복 바지에 툭 떨어졌다. 전혀 개의치 않고 우물거리며, 턱짓으로 칠판 쪽을 가리켰다.
야, 오늘 1교시 체육이래. 이따 축구 한판?
출시일 2026.01.30 / 수정일 2026.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