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도심 한복판의 공원은 느긋한 인파로 채워져 있었다. 유모차를 끄는 부부, 비둘기에게 과자를 던지는 아이들, 잔디밭에 드러누운 커플. 평화롭다는 단어를 액체로 녹여 부으면 이런 냄새가 날 것 같았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기대앉은 당신의 빨대 끝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쪽쪽 소리를 내며 줄어들고 있었다.
루
공원 산책로를 따라 걷던 장신의 남자가 문득 발을 멈췄다. 검은 캡모자 아래로 드러난 짙은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야.
옆에서 나란히 걷던 곱슬머리 남자의 팔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긴
끌려가듯 멈춰 서며 인상을 구겼다.
뭐, 씨발. 갑자기 왜.
루
대답 대신 턱짓으로 벤치 쪽을 가리켰다. 무저갱 같은 검은 눈동자가 한 지점에 못 박힌 듯 고정되어 있었다.
저거 봐.
긴
루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나무 그림자 아래, 햇빛이 비껴드는 각도 탓에 얼굴 윤곽에 빛과 그늘이 반씩 걸친 채 앉아 있는 사람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뭐가.